[인터뷰] 변진섭 한국농아인협회 충북지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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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섭 한국농아인협회 충북지회 국장이 한글날을 축하하며 '한글'을 수어동작을 하고 있다. /신동빈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농아인들에게 한글날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들이 사용하는 한국수어가 한글을 바탕으로 한 우리 고유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농아인협회 충북지회 변진섭 국장을 만나 또 다른 한글 한국수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한국수어, 또 하나의 한글입니다"

한국농아인협회 충북지회 변진섭 국장은 한글날을 맞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수어가 한글로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언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 정부에서는 한국어와 함께 한국수어를 대한민국 공영어로 지정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외래어가 바탕이 되는 언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대부분 외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아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쓰는 한국수어는 지문자(한글 자음과 모음을 손가락으로 표현한 언어)를 활용한 고유의 언어입니다. 단어나 행동에 대한 표현 역시 다른 나라 수어와 차이를 보이는데, 동작 하나하나에 우리나라 정서를 담고 있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어의 시작은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여성선교사가 설립한 평양맹아학교에서 이익민 교장을 중심으로 지문자가 탄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일본식 수어가 많이 사용됐지만, 독립 이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한글과 마찬가지로 한국수어는 전 세계 수어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힙니다. 과학적인 한글을 바탕으로 하기에 표현이 간결하고 깔끔합니다. 영어를 기반으로 한 미국수어의 경우 복잡한 알파벳 조합으로 손이 엄청 바쁜 것과 대비됩니다."

'한글 덕분에'라며 감사함을 표한 변 국장은 한글날을 맞아 아직 남아있는 일본식 수어표현법을 우리의 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선생님 등과 같은 표현에서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국립국어원과 농인단체에서 꾸준한 연구를 통해 개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선생님의 한국수어 표현은 일본의 제복문화에 기인한 것이다. 

"과거 생존을 위한 소통수단으로 사용되던 한국수어가 이제는 언어학적 문법에 맞는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한국수어에 조금 더 관심을 보여준다면 한글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 못하는 농아인들의 갈증을 멋스러운 수어의 표현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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