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질병관리청이 독감백신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22일부터 실시하기로 한 13~18세 대상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청주시 청원구의 한 병원입구에 예방접종 일정이 게시돼 있다. / 김용수

확산이 우려됐던 추석연휴를 비교적 무난하게 넘기면서 전국적인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됐다. 최근들어 가족·지인간 전파 사례가 늘어나고 집단감염도 이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인다. 그렇다고 긴장을 늦추거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매일 50여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잠복된 집단감염 가능성도 여전하다. 충청권에서도 대전의 5개 학교가 원격수업을 이어가는 등 전파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상되는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또 걱정이다.

이번 거리두기의 완화 결정에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피로도와 자영업·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고려된 듯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우리 모두가 지쳐있다는 얘기다. 국내 상황만 따져도 발생 9개월을 넘기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더구나 봄철에 이어 늦여름부터 한달반 가량 고강도 규제가 반복되면서 피해규모가 눈덩이가 됐다. 정부 지원도 이제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우리 스스로 이겨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방역성공도 국민들의 헌신과 노력에 기인했지만 조금 더 가야한다.

방역당국을 비롯해 모두가 걱정했던 추석연휴도 마찬가지다.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가족·친척과의 만남도 최소화하는 등 많은 이의 노력이 더해졌지만 모두가 함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일부의 일탈로 인해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지속된 것이다. 여기에 환절기가 시작되면 감염병도 늘어난다. 매년 이맘때 기승을 부리는 독감이 대표적이다. 큰 일교차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밀폐된 환경은 전파 가능성을 키운다. 하지만 백신접종을 통한 예방이 예년같지 않다. 백신과 관련된 논란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여야 할 무료접종이 이제야 본궤도에 올랐다. 상온노출 후유증이 일반인들을 비롯한 대다수의 접종시기를 늦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게다가 접종재개가 이뤄지는 시점에 안정성 문제가 대두됐다. 일부 공급물량에서 백색입자가 발생하면서 자진회수에 들어간 게 화근이다.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지만 회수조치는 불신을 낳게 만들었다. 백신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방역 전체의 신뢰도 하락을 의미한다. 이로 인한 예방접종 기피 움직임을 예사로 보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코로나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독감유행이 예고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른 방역 시험대의 시작이다. 자칫 트윈데믹이라 불리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대유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를 막기위해 당장 조치가 가능한 독감백신 접종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코로나에 대한 개인별 방역수위를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독감백신접종을 기다려야 한다. 비록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개인방역에 더 힘써야 하는 까닭이다. 여태껏 확인된 것처럼 최선의 방역인 개인위생이 이번에도 빛을 발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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