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충북미래기획센터장

코로나19로 지쳐있는 국민에게 선물을 드리는 마음으로 기획된 한 가인의 노개런티 콘서트가 많은 국민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23일 1천여명의 국내외 언택트 관객과 함께 공연을 녹화해 9월 30일 본방송으로 전파를 탔던 '2020년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다시보기 서비스 제공하지 않고, 중간광고를 하지 않고, 절대 편집하지 않으며,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낸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워낙 국민적 반응이 뜨거워 방송국은 가인과 협의하여 지난 10월 3일 이를 긴급재편성해 다큐 형식의 '나훈아 스폐셜-15년만의 외출'이란 타이틀로 방송을 하였다.

본방송의 시청률은 29%로 여타 추석 특집프로그램을 능가했고, 스폐셜 방송도 18.7%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위 방송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정작 시청률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콘서트 중에 그가 던진 말들이 우리 사회의 많은 영역에 큰 울림과 반향을 일으켜 추석 연휴가 지났음에도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정치권과 사회에선 그의 말을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이용해 논란거리가 되고 있으나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깊고 많고 교훈을 우리 사회에 시사해 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가 말한 소신과 생각은 개인을 넘어 단지 뛰어난 가인으로서 가요계뿐 아니라 방송·언론계, 정치계 등 모든 영역에 걸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가 불렀던 노래도 하나하나가 허투루 선곡한 것이 아니다. 한가위 대기획으로 고향, 사랑, 인생이란 주제로 3부에 걸쳐서 부른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고, 자작곡 속에 담아낸 신곡 가사들의 내용과 의미도 개인과 사회가 많은 것을 생각하기에 가치가 충분했다.

특히, '테스형'이란 노래는 시공을 초월해 중장년층뿐 아니라 20대 청년층들에게까지 큰 반향과 울림을 주었다. '테스형'은 '너 자신을 알라' 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노래 속에 끌어들여 복잡하고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세상은 왜 이렇게 힘들고, 사랑은 또 왜 이러며, 세월은 또 왜 저래'하고 탄식하며 현실의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맘을 위로해 주고 계층을 아우르며 화제가 되고 있다. 세월은 너나 할 것 없이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라면서 인간적 고뇌를 얘기하며, 세월은 누가 뭐라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 있으니 가는 세월에 끌려가지 말고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끌고 가야 한다며 주체적 삶의 철학적 소신과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공연 멘트와 아나운서 질문에 가인은 스스로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언택트 공연의 아쉬움을 언급하고, 코로나19 방역의 영웅인 의료진과 관계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국가적 위기와 많은 어려움 속에서 이 나라를 지킨 사람은 보통 국민이었고,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1등 국민으로 긍지를 가져도 되고, 코로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을 보냈다. 방송·언론을 향해선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민을 위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났으면 좋겠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뉴스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언제까지 노래를 부를 것이냐는 질문엔 지금 내려올 시간과 자리를 찾고 있고, 그게 길지 않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런 그의 소신과 인생철학이 담긴 진솔함이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을 얻으며 '나훈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70대 고희(古稀)를 넘긴 한 가인이 콘서트를 통해 보여주고 사회에 던져준 울림은 우리가 고민하고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것은 단순히 공연 자체로만 그치지 않았고, 많은 것을 시사하며 국민적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통해 국민에게 큰 힘과 울림을 주었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우린 어떤 국민이며, 지도자는 어때야 하는지, 방송·언론은 어디서 누구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불확실함 속에 주어진 세상과 세월을 우린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등을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신선한 배움의 기회와 큰 선물이 되었다. 이에 충북도 여러 영역에서 소위 눈치와 기회만 엿보는 꾼이 많은 곳이 아니라 그처럼 진솔한 삶의 철학과 소신이 배어나서 배움이 있는 진인(眞人)이 많은 곳으로 만들어야 행복한 충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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