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놓고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는 12월 입법 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계획이지만 발의된 법안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선 현장의 의견 수렴없이 법안이 발의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민접촉 최일선에서 일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치경찰제 관련 법안을 보면 경찰사무는 국가사무와 자치사무로 나눠진다. 수사사무는 경찰청 산하에 국가수사본부를 두어 별도의 사무로 처리한다. 우선 자치사무 범위부터 수정하라는 요구가 일고 있다.

애초 지방자치단체에서 맡았던 노숙인·주취자·행려병자 보호 조치 관련 업무와 공공청사 경비, 지역축제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관리 등을 앞으로는 자치경찰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경찰은 지자체에서 넘어오는 자치사무도 일정 부분 경찰과 관련된 업무로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민생활과 맞물려 경찰력이 과도하게 행사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다.

경찰력은 최소한으로 집행돼야 한다. 수사권 조정으로 비대화가 우려되는 경찰권을 분산하자는 취지로 도입되는 자치경찰제가 되레 '경찰국가'를 부채질하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는 축제장 안전관리 등 본래 지자체에서 책임졌던 단순 민원까지 자치경찰이 떠안을 경우 긴급하고 중대한 범죄에는 민첩하게 반응할 수 없는 치안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

자치경찰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조직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인사·감찰·감사·징계·예산권도 심히 우려된다.

막강한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구성도 문제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은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권은 시·도의회 2명, 국가경찰위원회 2명,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 2명으로 명시돼 있다. 시·도지사는 1명을 지명할 수 있다. 시·도지사는 위원 중에서 위원장을 임명한다. 사실상 시·도지사 입김이 위원회에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경찰에서는 위원 자격에 경찰 재직자를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자는 경찰 주장에 동의한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직권 감찰권 부여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사회부장

개정안의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구성 및 권한을 보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우려도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 과정에서 치안공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시행 전 시범 운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도 도입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선(先) 도입하고 후(後) 개선하는 방식은 최악이다. 서두르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국민만 피곤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부터 경청하자. 늘 답은 현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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