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충북지역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기업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각 기관의 발표 결과에서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지만 여전히 바닥세에 머물러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1년 국내 경제 이슈' 보고서를 통해 지금을 경기 저점 확인 단계로 진단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경제 상황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로 2021년 하반기를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우리나라 경제는 노동 투입력 약화, 자본 축적 저하, 신성장 산업 부재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성장동력 소진이 지역경제 위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산업 라이프사이클상 쇠퇴기의 지역산업에 쏟던 자원을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전환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혁신을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부처 간 협력 거버넌스에 의한 통합적 정책 추진'을 꼽는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은 충청북도와 국방기술품질원이 체결한 '국방벤처센터 설립 및 운영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이다. 내년 상반기 개소를 예정하고 있다. 국방벤처센터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국방기술품질원이 지자체와 협력해 설립?운영하는 거점기관이다. 2003년 서울을 시작으로 현재 총 10개 지역센터에서 400여 개 기업의 국방과제 발굴, 기술 개발, 판로 개척 등 국방산업 진출을 돕고 있다.

여러 국가와 지역의 관심이 국방산업에 쏠리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관련 시장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군수와 민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SW에 약점을 지닌 국방산업 대기업들은 AI, 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중소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M&A를 확대하고 있다. 이 시장을 선점하면 미들파워에서 슈퍼파워로 도약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형 기술이 주도할 '밀리테크(miliTECH, 군사기술) 4.0' 시장은 민군 겸용이 가능한데다 다수의 기술이 융합돼 폭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AI, IoT, 센서, 빅데이터, 사이버보안, 레이저, 나노 기술 등에서 '게임 체인저'를 찾는 것이 과제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이 발 벗고 나섰다. 2015년 '국방산업도시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던 대전시는 얼마 전 2024년까지 600억 원(국비 210억 원, 시비 390억 원)을 투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방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충남 국방국가산업단지' 조성은 민선 7기 도지사 공약사항으로 충남도 숙원 사업이다. 비무기체계 산업을 집적화하고 3D?4D 프린팅, AR?VR?MR, 신소재 등 4차 산업혁명 군사기술로 특화해 충남 동남부 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한다는 구상이다.

경남 창원시와 경북 구미시는 방위산업 상생협력을 논의 중이다. 기계 중심의 지상, 함정, 항공인프라를 가진 창원과 전자 중심의 통신, 항공인프라를 가진 구미가 협업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충북은 제조 기반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자·통신, 전기장비, 화학, 의약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충북 국방벤처센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지역 산업구조 전환의 허브가 되도록 촘촘한 성공전략이 요구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미국 앨라배마주의 '헌츠빌(Huntsville)'은 충북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 헌츠빌은 20세기 후반 제조업 기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우주·항공과 방산·군수산업에 중점을 두면서 세계 최고의 방산 도시로 불리고 있다. 상호협력 강화(산-학-연-관-군 연계), 개방성 확대(우수 민간 기업의 진입장벽 해소), 혁신역량 제고(방산혁신클러스터 시범사업 추진, 국방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제도 신설) 등에 초점을 맞춘 국방산업 생태계 구축에 관심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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