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중앙부처 홈페이지에서 장관의 생일이 언제인지, 몇년도에 어느 고등학교를 다녔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 몇년도에 어느 기관(기업)에서 근무했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연도별로 월단위까지 상세히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정보들을 국민들은 부처 홈페이지에서 얻고자 하는 것일까?

정부 부처 홈페이지는 언제나,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인터넷공간이다. 포탈사이트나 언론사에서 고위관료나 공인들의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시 말해, 중앙부처 홈페이지는 국가가 운영·관리하는 공식사이트 라는 점에서 장·차관의 인적사항을 다룸에 있어서 더 엄격하고 더 신중해야 한다.

실상은 어떨까. 장·차관을 등장시킨 '추석 포스터' 제작으로 비난을 받았던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에 박능후 장관의 생년월일, 출신고등학교부터 이후 학력, 근무경력, 위원회활동, 학회활동, 저서까지 공개하고 있다. 연도별로 월단위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정세균 총리의 출생년도, 출생지, 연도별 출신고·출신대학·명예박사학위 등 학력, 38건의 주요경력이 게시돼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방부도 장·차관의 생일까지 올려놓았다.

확인결과, 각 부처 홈페이지상 약력은 해당 장·차관의 동의를 얻어 게시한다. 즉 공개수위는 장·차관이 직접 정한다는 얘기다. 부처마다 프로필 공개수위가 제각각인 이유다.

김미정 기자
김미정 정치행정부 차장

지방정부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충북도, 청주시를 비롯한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단체장의 고향은 물론 출신초등학교부터 학력, 활동경력 등이 빼곡히 소개돼있다.

학연, 지연, 인맥 등을 앞세운 부정부패가 사라지지 않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중앙부처·지자체 홈페이지에 '너무 친절하게' 공개하고 있는 단체장 프로필이 학연·지연을 부추기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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