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필요 하루 만에 번복… 충북도 자체 결정 권고도

[중부매일 장병갑 기자] 충북도의회가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근거를 담은 조례안 심사를 재개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앞으로 이 조례안에 대해 법제처나 고문변호사를 통해 면밀한 법적 검토 후에 상정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토론회 후 "조례 심사를 재개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행문위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취지로 제정한 조례안이 법률 위반이나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도민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위원회는 이 조례가 깊은 숙의가 필요하다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보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안 상정과 별개로 충북도가 행정행위를 하면서 이 문제처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도민의 비판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과 잘못된 안내문이나 전시물을 즉시 교체할 것을 이시종 지사에게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논란이 되는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조례 제정과 무관하게 충북도의 행정 결정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의미를 해석된다.

행문위의 심사 보류에 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충북도의회의 기능과 의원들의 역할을 망각한 행정문화위원들의 조례 보류는 정당하지 않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조례발의와 함께 상임위에서 논의가 돼야 함에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며 "특히 토론회라는 미명하에 오랜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 온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업무를 해태하는 것이라면 그것에 대한 명확한 반성과 해명이 있어야 한다"며 "집행부와 함께 시간 끌기에 나서고 결국은 폐기수순을 밟아가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제 이 모든 책임, 의회주의를 포기한 행정문화위원회는 물론 의회협력을 무시하고 의원들을 기만한 충북도는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례 심사가 또 보류되면서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문제를 놓고 충북도와 충북도의회가 불필요한 갈등을 키웠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 문제는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가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동상 철거와 이들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 폐지를 요구했다.

이에 충북도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법적 근거가 애매했다.

지난 6월 이상식 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동상 건립, 기록화 제작·전시 등의 기념사업을 중단·철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동상 철거를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반발을 불렀고 찬·반 논쟁일 불거지면서 도의회는 여론 수렴을 핑계로 조례안 심사를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공은 충북도로 돌아왔다.

충북도는 행문위 권고를 내부적으로 논의한 뒤 향후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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