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의무(義務)는 크게 세 가지 의미를 함축한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과 법률 규범에 의해 부과되는 부담이나 구속 그리고 철학 도덕적으로 강제력이 있는 규범에 근거해 인간의 의지나 행위에 부과되는 구속 등이다. 첫 번째와 마지막은 유연하고 강제성이 덜해 지키지 않더라도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두 번째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개개인이 통치권 대상의 지위에서 부담하는 여러 가지 공적인 의무로 지키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6대 의무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당초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우리나라 건국 헌법에는 교육(헌법 제31조 2항), 국방(헌법 제39조 1항), 납세(헌법 38조),근로(헌법 제32조 2항) 등 4가지 의무를 명시했다. 제5공화국 헌법(1980년 10월 27일 제정)에 두 가지 의무가 첨가되었다. 공공복리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헌법 제23조 2항)와 환경보전(환경 제35조 1항) 등의 의무다. 이 6대 의무 가운데 국방과 납세 의무를 제외한 나머지 교육 의무 등은 의무와 함께 권리도 갖는다.

최근 이런저런 의무가 또 생겼다.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 먹고 마실 때를 제외하고 실내외(가정 제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공공시설은 물론 카페, 음식점 등 다중 집합 장소를 이용할 때 방명록 작성 의무, 카페. 음식점. PC 방 등의 방역 의무, 20석 이상 카페. 음식점 등 1m 거리 두고 앉기 의무 등이다.

이들 의무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때문에 생겼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사라져 한시적 특성을 지닌다. 코로나19는 전염력이 강한데다 현재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기저질환자나 노년층에 치명적이다. 불행하게도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그 기세가 요지부동이고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 확보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각종 의무를 국민들에게 강제로 지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의무는 국민의 6대 의무만큼이나 준수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충족한다.

위의 의무들은 나름대로 법적 근거가 있어 그나마 국민들의 불만을 사지 않는다. 법적 근거도 없이 슬그머니 무임승차한 의무가 있다. 특히 이 의무가 코로나19와 전혀 관계없다는 점이 문제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시내버스 하차 태그 의무제'다. 시내버스를 내릴 때 승차 시 사용했던 교통카드를 하차 단말기에 찍고 내리라는 자치단체의 행정적 지시다. 시내버스 하차 태그는 버스 승객의 통행 패턴을 파악해 버스노선을 최적화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차 태그를 하지 않으면 카드 사용 시 100원(일부는 150원)의 할인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100원이나 150원을 미늘에 미끼로 달고 승객들을 낚으려는 모습이다.

'하차 태그 의무제'는 분명 자치단체(국가)의 지나친 통제다. 자치단체는 의무제를 만들어 승객들에게 하차 태그에 대한 압박감을 준다. 반드시 준수해야하는 법처럼 말이다. 살아가면서 지켜야할 법규나 시민질서가 수두룩하다. 의무 준수에 골머리다. 사실 굳이 100원을 할인받고 싶지 않으면 태그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리면 된다.

하지만 승객들은 100원의 미끼를 무심코 덥석 문다. 의무인데다 100원의 먹이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통제에 성공하고, 국민들은 통제에 길들고 있다. 국가 권력의 정당성이 시민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셈이다. 그까짓 100원으로 개인의 자유의지를 제압, 아니 협박하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시내버스 하차 태그의무가 뭐 그리 대수냐고 반박할 수 있다. 모르는 소리다. 이런저런 의무로 부지불식간 침식당하는 자유의지를 생각하면 그리 방관할 것만은 아니다. 국가는 이런 대수롭지 않은 것부터 국민을 제압한다는 것을 국민은 인식하지 못해 자의 반 타의 반 국가에 순종하거나 복종하는 노예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의무 강화는 분명 국민을 권력으로부터 분리하고, 국민 스스로 국가에게 종속되도록 강제하는 국가 통제다. 국민을 국가나 자치단체의 소유물로 여기는 처사다. 과도한 권력 행사로 국민들을 위협하지 마라. 뛰는 꼴뚜기를 보고 덩달아 뛰는 망둥이와 다르지 않다. '시내버스 하차 태그'는 '의무'가 아닌 '권장'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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