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지난 7∼8월 장마철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 4만7천767곳에 재해복구비로 1천272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장마철 농업 부문 복구 지원계획을 확정되어 농업에 종사하는 1인으로서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쉰듯하다. 장마철 호우로 인해 비단 농가뿐아니라 축산농들도 한우 1천161마리, 돼지 3천759마리, 가금류 51만9천532마리가 폐사했고 집계된 농작물 피해 규모는 3만4천175㏊에 달했다.

농가에 직접적 재정지원과는 별도로 홍수 예방을 위한 농업용 저수지, 배수로 등 공공시설물 파손에 따른 시설복구에도 1천756억원을 투입하고 노후화한 수리시설의 개보수와 안전진단을 위해서는 6천64억원을 편성했다고 한다. 또 벼·콩 등의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내년 3천145억원을 투자해 신규 50지구를 포함한 총 176개 상습침수 농경지에 배수시설을 설치할 방침과 함께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과수의 냉해·낙과 피해 방지와 품질 향상과 방재시설 설치 등 지원 사업까지...

옛 속담에 '3년 가뭄은 견뎌도 한 달 홍수는 못 견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태풍 피해는 최근 기상이상과 함께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 태풍은 발생 빈도가 늘어나면서 양적으로도 증가하는 추세다. 태풍과 홍수로 인한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악몽처럼 되살아나는 인명ㆍ재산피해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과 후유증을 남긴다. 겪어보지 않고도 짐작은 가지만 반복되는 풍수해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우리 사회에 자연재난에 대한 경각심과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특히 올여름은 사상 최장기간의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기에 바비, 마이삭, 하이선까지 연이은 세 개의 태풍이 지나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수해 구조현장에서 인명과 함께 삶의 터전까지 잃어 버린 이들에 대한 생각으로 필자는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그럼에도 태풍의 내습으로 인한 피해와 예방대책들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하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옛 선조는 하늘을 원망하며 피해를 받아들였지만 오늘날에는 농업의 본원적 가치를 인식하고 AI기반의 재난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수해방지시설을 확충하고 태풍을 대비해 시설 점검을 철저히 하며 피해를 예방하는 데 차츰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국민 개개인이 안전관리와 재난 예방과 더불어 농업의 식량공급이라는 익히 알고 있는 역할외 농업의 부가적 가치를 인지하고 이를 이용한 재난예방대책과 지혜를 몸으로 익힌다면 자연재해를 100%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자연재난은 인간에게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자연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 조금만 더 우리 농업에도 관심을 기울임으로서 농업 본원적 가치와 더불어 부가적 가치(자연재해 예방 등)를 극대화해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렇듯 농업과 농촌은 먹거리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외에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유사시 식량안보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농촌 경관과 생태환경을 보전,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수자원 확보, 지역사회 유지 및 전통문화 계승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만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그러나 농업선진국인 미국(1.3%)과 프랑스(1.7%), 캐나다(1.5%)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우리 농업의 국민경제 기여 정도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음은 물론, 이에 따른 부가적 가치는 금액으로 산정이 힘들 정도다. 한국은행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경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가가치 유발계수도 농업이 0.845로 자동차(0.692)나 반도체(0.578)보다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산업 성장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더 큼은 물론, 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자연재해 예방에 미치는 영향은 금액으로 산정이 힘들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농업과 농촌은 먹거리 생산에서 환경보전, 관광·휴식처 제공, 전통문화 계승은 물론 드러나지 않게 자연재해 예방등 공익적 역할을 묵묵히 담당했었다. 농업·농촌을 유지하고 부가적인 기능을 우리 농업이 수행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안전히 살아왔을까? 우리는 그 소중함과 가치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본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종식후 우리 5천만 국민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부가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미래의 신산업으로 육성·발전 시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단 농업의 발전이 장마·홍수 등 자연재해 장기예방책에만 한정되지 않고 미래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주역'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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