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부 기자

"A군이 오고 난 후,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의 행동이 난폭해 졌습니다."

'청주시 청원구 학교폭력 사건' 가해학생 부모들의 말이다. 한 동네에서 잘 지내던 친구들 무리 속으로 '질 나쁜 피해자 A군'이 들어오면서, 아이들이 오염됐다는 것이다.

A군이 오고 나서 위험한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A군이 부모욕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끼리 싸움이 시작됐다고 한다. 실제 A군은 가해학생과 패드립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

가해학생 부모들은 A군의 패드립에 주목하고 있다. 입에 담기도 힘든 욕을 하는 A군의 성향을 보면, 모든 사건의 원인은 A군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판단이 서면 자신의 아들은 부모욕을 참지 못하고 A군을 괴롭힌 것이 된다. 가해학생 부모들은 이를 '정당방위'로 표현한다.

A군에 대한 가해학생들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생각하면 폭력행위를 굉장히 가볍게 여길 수 있다.

실제 가해학생 부모 중 한명은 아들이 A군을 때린 것에 대해 '롤 캐릭터 연습'이라며, '폭행'이 아닌 '장난'으로 결론지었다. 가해학생이 A군 얼굴에 오물을 뱉은 행위는 "친구들끼리 장난"이라고 했다. A군이 오물을 뒤집어 쓴 사진이 단체대화방에서 조롱거리로 쓰인 점을 알면서도 말이다. 여러 이유로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것 역시 "친구들끼리 서로 사주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심지어 A군의 신체 중요부위를 강제로 촬영한 것과 관련해서는 "요즘 애들 다 그렇게 논다"고 했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부 기자

가해학생 부모들은 'A군도 우리 아들만큼 나쁘니, 우리 아들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수사 대상인 가해학생들은 만 14세 미만이다. 폭력행위가 수사를 통해 확인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다. 이들이 다시 가해학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의 올바른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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