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최근 우리 아이돌그룹이 팝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까지 진출해 그 어느 때보다 한국문화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방탄소년단(BTS)의 '대취타', 블랙핑크의 한복 패션은 전 세계에 국위 선양은 물론 문화경제까지 이끈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지난 6월 미국 NBC '지미 팰런 쇼'에서 신곡을 공개하며 착용한 한복이 해외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이다. 이는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연관 산업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블랙핑크가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한복, BTS 멤버 슈가가 '대취타' 뮤비에서 보인 한복과 한국의 풍경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한국적인 것'이 새로운 한류가 되어 신한류 확산이 된다.

BTS가 빌보드 '핫 100' 정상에 오른 것은 케이팝이 보편적 문화수용을 이끄는 주류 문화의 코드로 한국의 전통문화도 신한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기록될만한 문화사다. 블랙핑크의 한복 의상과 BTS의 노래 '대취타'에 전 세계인들은 열광했고, 자연스럽게 한복과 국악,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얼마 전 궁궐을 배경으로 방송된 BTS의 공연은 전통문화를 통한 신한류 확산에 획기적 대전환이었다. 한복을 재해석한 무대의상을 입고 경복궁 근정전, 경회루를 배경으로 펼친 국보급 무대는 전 세계인에게 우리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전해 한국관광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처럼 케이팝스타가 주도하는 문화현상은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다른 영역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에게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한국이 선망 국가가 되며, 나아가 다른 분야의 한국적인 것, 한국산 제품, 한국생활문화까지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전통문화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류의 뿌리인 전통문화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이다. 전통무용, 전통음악, 전통미술 등의 전통예술이 있고, 한복, 한지, 전통놀이 등 전통생활양식도 포함된다.

한류스타를 통해 조명된 전통문화의 현대적 재창조, 그것의 기초가 되는 전통문화산업의 육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문화적, 산업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는 전통문화산업은 많은 발전을 이룩하여 왔지만,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통문화산업은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기술·기법이나 소재 등에 근거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무형의 재화·서비스다.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활용하여 문화상품의 기획·개발·제작·유통·소비 등이 이루어지는 산업인 전통문화산업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 

전통문화산업은 '문화산업진흥 기본법'에 영화, 음악, 게임, 출판, 방송영상 및 만화 등과 같이 문화산업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으나, 현대적인 콘텐츠 육성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음악, 게임, 출판, 만화 등은 분야별 특화 지원을 위한 개별 진흥법이 제정·시행 중이나 전통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 체계는 개별법 부재로 정책적 육성의 한계에 봉착한다.

다행히도 지난 9월 이병훈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전통문화산업 진흥법안이 국회 상임위(문체위)에 제출됐다. 전통문화산업을 육성·진흥할 수 있는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우리 전통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전통문화산업의 진흥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전통문화산업은 한류의 원형이자 예술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우리의 전통문화산업에 대하여 체계적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미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잠재가치가 높다.

한국문화를 통한 국가발전 전략으로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BTS와 블랙핑크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문화경제를 이끄는 신한류의 원동력이다. 역대 국회에서도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입법 노력은 3차례 있었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헌법 제9조에는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을 명시하고 있다. 전통문화 진흥법안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한류문화의 근간인 전통문화 육성의 전기를 마련하는 결실이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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