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정미 대전본부 부장

국정감사가 진행중이다. 국정감사제도가 부활한 것이 1988년이니 올해로 꼭 32년이 됐다.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4공화국때 삭제됐다가 5공화국에서 국정조사권으로 변경됐고 6공화국이 출범하며 부활했다.

16년 만에 국회가 국정감사권을 되찾고 첫 현장조사일정에 오르자 1988년 8월 12일 조선일보 정치부 김창수 기자는 칼럼을 쓰면서 이렇게 적었다. '여의도 의사당에서의 유폐(幽閉) 생활을 청산하고자 하는 16년만의 몸부림이요, 입법권능의 회복이란 자아(自我)를 찾고자 하는 첫 걸음마'라고.

1972년 8대 국회 때 유신이 선포되면서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하루아침에 소멸되고 말았다. 유신헌법은 비상국무회의에서 전격 가결됐다. 국정감사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행정을 마비시킨다는 이유였다.

국정감사법이 폐지되면서 국회는 국정감사를 할 수도, 조사기능을 발휘할 수도 없게 됐다. '행정부의 시녀'라는 표현은 이때 등장했다. 그러니 16년 만에 진행되는 첫 국정조사활동에 기자는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다.

칼럼의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 '모처럼 되찾은 국정조사권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만 버린다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해본다.'

이후 32년이 흘렀다. 여소야대였던 국회는 수차례의 선거과정을 거치며 현재 압도적 여대야소가 됐다. 그러나 32년 전 한 정치부 기자가 기대감을 섞어 썼던 격세지감라는 표현을 떠올리면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든다.

김정미 대전본부 부장
김정미 대전본부 부장

국회가 국정감사를, 조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오히려 피감기관에 설명을 주문하는가 하면, 질문에 당리당략을 녹여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가 그렇다. 국회의원들은 16년 유폐(幽閉) 청산의 몸부림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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