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학생측 "학교가 사건 은폐"… 학교에 대한 불신 결정적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천안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 4명이 같은 학년 친구를 처벌해달라며 직접 경찰서로 찾아갔다. 이 학생들이 학교가 아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건 "너무 힘들어서 살고 싶어서"라고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2일 천안동남경찰서와 학교측에 따르면 이들 4명의 학생이 경찰서로 찾아간 건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9월 28일.

피해 학생들은 같은 학교 3학년 A군에게 1년여동안 구타와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을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의 피해 사항은 정기적인 금품 상납과 구타, 음식 값 대납, 호출에 따른 집합 등이 대표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피해 학생들의 보호자는 "A군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은 주변 학교에까지 퍼져있으며 해당 학교 학생 절반 가까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피해를 주장하는 4명 학생들의 조사를 마쳤으며 가해 학생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피해를 입은 또래 학생들이 더 있는지 여부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이 학생들이 학교가 아닌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한 건 '학교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군이 문구용품으로 피해 학생들에게 상처를 낸 것을 보고 이 학교 교사는 "집에 가서는 책상에 긁혀서 난 상처라고 말해라"며 상황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다는 것.

피해 학생들의 보호자는 "아이가 얘기를 하지 않아 피해 상황을 전혀 몰랐었다"면서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교사가 먼저 학부모에게 알렸어야 하는데 어떻게 거짓말을 종용하나. 아이들에게 경찰서에 간 이유를 물어보니 '죽을 것 같아서 살려고'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학교 측은 사건의 은폐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A군은 지난해에도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회부됐던 학생으로 가능하면 학교생활 잘 하기를 바라면서 지켜봤던 아이인데 이 학생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조치가 늦어진 건 추석연휴가 끼어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교폭력으로 A군의 사건이 경찰에 접수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같은 날 피해 학생들에게 학교에도 접수할지 의사를 물은 후 10월 7일에야 학교폭력전담기구를 개최했다. 천안교육지원청은 경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이 사안을 놓고 오는 11월2일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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