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의료원 전경. / 중부매일DB
청주의료원 전경. / 중부매일DB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속에서 독감(인플루엔자)이 말썽이다. 독감은 코로나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호흡기 감염병인데다가 매년 이맘때부터 집중적으로 유행하다보니 이른바 '트윈데믹(동시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런 까닭에 독감 예방백신 접종에 대한 주문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정작 접종이 이뤄져야할 시점에서 백신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그것도 잠시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던 차에 청주의료원 백신 유출사건이 분통을 키우고 있다.

올해 독감백신 논란은 보급 초기부터 시작됐다. 일정한 저온상태로 보관됐어야 할 백신이 상온에 상당시간 노출되면서 변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본격적인 접종을 하기도 전에 안전성 문제가 터진 것인데 이어 백색입자가 보건당국에 대한 신뢰를 흔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예고편일 뿐이었다. 정작 결정적인 것은 접종후 사망자가 발생한 일이다. 불과 닷새만에 10대 청소년을 시작으로 60~80대 노인이 4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시민 불안은 눈덩이가 됐고 접종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백신의 안전성 문제만해도 여론 악화는 시간문제인데 부정한 방법으로 백신이 유출되는 사건이 더해지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접종 의료기관마다 대기자가 넘쳐나는 등 물량이 모자라는 판에 옆으로 샌 것이 들통이 났으니 조용히 지나가는 게 이상할 판이다. 이런 민심이 이 사건을 국감장으로 끌어내고야 말았다. 충북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질타와 추궁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조사중이어서 드러나지 않았던 것까지 확인되면서 비난의 수위는 더 높고 더 거세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봐도 독감백신 무단반출 272건에 관련 직원만 1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처방된 백신접종 4건중 1건 이상이 부정하게 이뤄진 셈이다. 이들 직원들은 예진표도 대리로 작성하고 직원할인까지 받아 백신을 빼돌렸다. 적지않은 직원들이 의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책무를 망각한 것인데 이게 다가 아니다. 보건당국의 진상조사에 따라 경찰에 수사의뢰된 인원이 40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개입된 인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복마전이 따로 없다.

이렇게 빼돌려진 백신은 이른 아침부터 줄서기를 하는 시민들에게 돌아갔어야 한다. 청주의료원은 충북도가 설치한 공공의료기관이다. 주민들의 보건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곳이다. 백신 자체도 불안한 마당에 의료기관의 잘못된 행태는 불신과 분노로 이어진다. 이를 비롯해 유사한 일들에 대한 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이유다. 청주의료원도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파악·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불신은 전방위로 확산된다. 국감장에 올라서가 아니라 주민들 앞에 떳떳하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지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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