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했다" 말에 교사 사건 덮어… 가해학생 부모 "용서해라" 협박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살고 싶어 경찰서를 찾았다는 천안지역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교사의 방관과 가해학생 부모의 협박에 가혹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중부매일 취재결과 A군이 문구용품으로 피해 학생에게 상처를 입힌 사실을 학교측은 사건 당일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학생 보호자와 학교 측의 증언을 종합하면 학교에서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A군이 피해학생과 함께 B교사를 찾아갔고 "우리가 화해했는데 왜 XX이냐"며 거친 언어(피해 학생 보호자 측 주장)로 항의했다.

B교사는 "당시 피해학생이 붕대를 감고 있었고 얼마나 다쳤냐고 물으니 별거 아니라고 답했다"면서 "그럼 집에 가서 뭐라고 할 거냐고 물으니, '말 하지 않겠다. 책상에 긁혔다고 하겠다'고 해서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B교사는 "피해학생에게 어떤 진술을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면서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분리해서 상담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피해학생은 교사를 앞에 두고 '화해했다'는 A군의 주장과 관련 '무서워서 반박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학생들이 1년여의 학교 폭력 끝에 경찰서를 찾은 이후 피해학생들은 가해학생 부모의 읍소와 협박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가해학생의 부모들은 피해학생들을 상대로 수십 번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처음에는 '대신 사과하겠다'며 만날 것을 요구했다. 피해학생들이 만나자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가해학생 부모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대화를 이어갔다.

중부매일이 통화 녹취를 확인한 결과 가해학생 부모는 "(내 아들) 벌 받게 하면 우리가 천안에 못사는 게 아니고 너희가 천안에 못산다", 명예훼손과 모역죄 등을 거론하며 "(내 아들) 벌 받게 해도 좋다. 너희는 더 큰 벌을 받는다"며 언성을 높였다.

피해학생 일부는 학교폭력과 가해학생 부모의 협박이 더해지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가해학생 부모의 협박 부분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가해학생 부모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아 가해학생 부모의 반론을 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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