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오계자 소설가

뉴스 접하기가 겁난다. 창피하다. 이제 기대하는 희망은 젊은이 들이다. 청년들이여 제발 고려의 기백을 살려주오. 산골에 사는 할미의 간절한 부탁이오. 소신껏 살자고.

이 할미가 초등학교 시절 국군장병 아저씨께 위문편지 쓸 때마다 빠짐없는 구절이 '아저씨들이 밤낮으로 나라를 지켜주시는 덕분에 우리 부모님과 저희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연필심에 침 묻혀가며 진심으로 고맙다는 편지를 썼다. 오늘도 국군은 여전히 나라 지키는 국군이지 특정 소수를 위해 존재하는 국군은 아닐 터이다. 그래도 만일 70대 중반이 된 지금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쓰라면 목숨을 지켜 달라는 부탁이 아니라 제발, 제발 소신껏 이 나라 국군의 자존심 좀 지켜달라고 애원할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청년들도 보고 듣고 알고 있을 터이다. 나라에는 많은 부서가 있지만 그 중에도 가장 든든해야할 국방장관이 오죽하면 x방장관이라는 별명이 붙을까. 죄다 휘청거려도 국방부만은 제발 꿋꿋하면 좋겠는데 기백이 보이지 않아 불편하다. 이유 불문하고 우리 공무원을 사살해놓고 미안하다는 통보에 임금님과 조정에서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조아리는 조선시대 대신들 같은 태도를 보며 나는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우리의 지도자와 도우미들은 온갖 굴욕 견디며 북쪽을 향해 정성을 다하는 것 같은데 건방진 김정은 남매는 왜 저리도 우리 대통령을 미워할까. 시골 할미의 생각이 잘못 된 판단일 수 있으니 새겨듣기를 바라며 그 원인을 찾아본다. 하노이 굴욕으로 거슬러 간다. 김정은 남매는 하노이 행 열차 안에서도 수차례 서울로 전화해서 영변만 내놓으면 되느냐고 확인 또 확인 하며 잔뜩 부푼 가슴으로 트럼프를 대면했는데 그의 입에서는 뜻밖의 플러스알파가 툭툭 불거져 나왔고 협상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일어나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정은 남매는 '하노이노딜'이라는 국제망신을 뒤집어쓰고 머나먼 길을 열차로 돌아가며 얼마나 착잡했을까. 동양인의 시선으론 불량배 같은 트럼프의 행위를 두고 우리 대통령만 탓하며 이를 갈았고 감히 문 대통령을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올림픽 공동주체를 권하는 우리 대통령의 자비를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 하겠다"라는 미친 말을 했다. 결국 남조선 당국과는 마주 앉기도 싫다며 전화선을 끊고 개성 연락소를 폭파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김여정은 차마 입에 담기도 거북스러운 욕설을 담화문이라며 A4용지 일곱 쪽을 발표했다. 문대통령을 두고 ~척, 척병에 걸려 채신머리없다고 했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남매를 그래도 자기네 국내의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 국내는? 내 국가 공무원이 사살 당했는데도 미안하다는 통신문을 들고 망극해 하는 모양새를 젊은이들이여 보고 있는가? 이 할미는 왜 그 통신문조차 믿어지지 않을까. 하찮다는 듯 무시하는 처지에 사과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술수와 뻔뻔함이 자연스러워 지고 내로남불 세상에 젖어 살다보니 이젠 나 자신도 못 믿겠다. 젊은이들이여, 이런 난국엔 좌우를 염두에 두지 말고 진보니 보수니 생각지 말고 오직 당신들이 이끌어갈 나라의 미래만 생각해 주시오. 이 할미는 각자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면 애국인 줄 알았소. 알고 보니 옆에서 잘 못 된 길을 가면 바르게 손도 잡아주며 함께하는 것이 도리네. 또한 젊은이들에게 부탁은 소신껏 살라는 것인데, 생각이 있어야 소신껏 살 수 있고 생각이 깊어야 소신도 깊이가 있다오.

오계자 수필가
오계자 수필가

이제 부탁이 하나 더 생겼소. 눈칫밥에 젖어 품격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표식 동물들의 근성을 뿌리 뽑아주오. 젊은이들이여 작금의 세상 보고 듣고 느끼고 있으리라 믿소. 나라가 발전하려면 야당이 현명해야 한다지만 작금의 야당이 맥을 못 추는 원인도 그대들의 혜안으로 연구해 주오. 아무리 날카로운 칼날도 무디게 내려치는 도끼에 기가 막혀서일까, 인물이 없어서 일까. 인물이 없다면 당신들이 인물 되어주오. 그대들의 나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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