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가을은 색으로 말해줍니다. 숲에는 구절초의 오묘한 꽃 색과 본색으로 물들어가는 식물들의 겨울준비로 올해를 마치려고 합니다. 구름 없는 푸른 하늘에 해가 지나고 나면 미호천에는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지고 억새의 흰 손짓과 강변에는 금빛이 펼쳐집니다. 가끔 노을 지는 강을 바라보면 세상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됩니다.

미호천을 따라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가장 큰 금강입니다. 금강은 덕유산 자락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지만 각 지류를 따져보면 충남북 하천이 대부분 금강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우리가 먹는 음식도 모두 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금강은 우리 삶에 한 몸과 같습니다. 이런 생명의 핏줄은 한동안 4대강 보로 막혀있었습니다.

세종보를 열자 모래에서만 사는 흰수마자가 돌아왔습니다. 다시 백제보를 열자 공주의 금강에도 숨겨져 있던 흰수마자 서식지가 확인되었습니다. 금강에 얼마나 많은 흰수마자가 있었을까요? 물이 막힌 동안 녹조로 오염된 물과 사라진 모래톱을 피해 작은 지류하천들을 떠돌아다녔을까 생각해봅니다. 보를 열자 돌아온 흰수마자가 원래 보를 닫아도 살아있었기에 다시 나타난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발견된 흰수마자의 유전적다양성은 감소했을 것입니다. 종내에 유전자가 다양하게 섞여 후세대로 전달되어야 하지만 한정된 서식지에 갇혀있는 생물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전적 다양함이 높을수록 질병이나 변하는 환경에 대한 내성은 강해지는데 현재 흰수마자는 그렇지 못한 상황입니다.

흰수마자는 흰 수염이 난 마자(물고기)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흰수마자와 닮은 형제들은 잉어과 꾸구리속에 속하는데 모두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꾸구리, 돌상어, 흰수마자 3종이 살아갑니다. 애석하게도 이 3종 모두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는데 특히 흰수마자는 최근에 2급에서 1급으로 상향되어 멸종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흰수마자의 역사를 보면 1935년 낙동강에서 서식하는 흰수마자를 신종으로 발표된 후 50년이 지나 금강에도 흰수마자가 서식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때 서식지로 발표된 곳이 오창면, 옥산면, 세종시 합강리 등으로 금강 흰수마자의 대표적인 서식지는 바로 미호천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질오염으로 인해 미호천의 흰수마자는 미호종개와 함께 자취를 감췄습니다. 금강의 흰수마자 중요성은 낙동강과 금강은 어류의 이동이 자유로웠던 해수면 낮아진 빙하기 이후에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독립적으로 진화해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이번 환경부의 금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서 세종보는 해체, 공주보는 다리의 기능을 살린 채 부분 해체, 백제보는 상시개방 한다는 의결을 했지만, 백제보는 시설농업을 하는 농민들의 반발로 다시 수문을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백제보는 금강의 하류에 있는 보로 백제보를 닫을 경우 공주보와 세종보을 해체해도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흰수마자의 서식지가 다시 물에 잠기게 되어 농사가 끝나는 내년 3월까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합니다.

4대강 공사 당시에는 백제보 근처에 수막재배를 하는 시설은 수십 동 정도 였으나 백제보가 완성된 후 급격하게 증가하여 현재는 300 여동이 되었습니다. 수막재배는 지하수를 활용해서 하우스 비닐막에 물을 공급해서 수막을 활용한 보온하는 방법의 시설하우스입니다. 환경부는 상시개방을 위해 국비를 들여 150개의 지하수 관정개발을 실시하였고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농민들은 용수가 부족하다고 요청으로 다시 보 수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박현수 숲해설가
박현수 숲해설가

4대강 보를 유지 관리하는 비용이 2019년에 시설비로만 330억과 4대강 부채 상환을 지원하는 금액 3,400억으로 총 3,740억입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세금으로 감당하는 비용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우리는 생태를 망쳐가면서 이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사업을 지속해야 할까요. 수문이 열린 금강의 모래사장을 걸어봤다면 이런 아름다운 강이 다시 녹조 속으로 잠기는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강의 모래사장과 모래에 흐르는 맑은 물을 아이들이 맨발로 걸을 수 있다면 어떤 가치보다 소중하지 않을까 합니다. 작게 구르며 떠내려가수 모래 알갱이처럼 우리도 자연에 일부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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