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지방체육회는 올해 70년 만에 처음 치러진 선거를 통해 민선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반세기 이상을 이어온 대한민국 체육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터진 체육계 상습 폭력과 성폭행 의혹 등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민국이 술렁였다.

체육인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다양한 권고안을 쏟아냈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이 흐르며 사건은 시간 속에 묻혀 죽는 듯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경주시청 소속의 철인3종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세상에서 체육계 구성원들이 실행으로 옮기지 못했고, 절실함과 위기의식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일명 최숙현 법)이 지난 8월 제정됐다. 체육계 내부의 폐쇄성과 지도자와 선수 간 수직적 관계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지방체육회와 관련된 법 개정안이 추진중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국 17개 시도체육회 및 228개 시·군·구 체육회의 법정법인화, 지방체육회장 선거의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지자체별 지역체육진흥협의회 의무 설치와 지방체육회의 국민체육진흥기금 직접 지원 단체 포함 등이다. 이제 겨우 민선 체제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이뤄져가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지역 실업팀에 국비를 지원하고 스포츠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받고 있는 기업과 체육의 상생을 위한 후원제도의 법제화가 요구된다. 공공체육시설의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위탁 근거 마련 등 지방체육회가 편의성과 현장 대응성이 높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이다.

지방체육회가 국민의 건강과 전문체육 육성을 더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대한민국 체육사 100주년을 맞는 2020년은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왔던 악습의 민낯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샀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체육행사가 모두 멈춘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체육계 구성원 모두 시대 상황과 여건에 맞는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마음가짐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미국의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는 기술혁신을 통해 기존의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변혁을 일으키는 과정을 뜻한다. 그 속에는 예외 없이 기회가 존재하고 변화와 혁신으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와 뉴 노멀 시대를 맞아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대한민국 체육은 '창조적 파괴'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는 진짜 변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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