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사람은 감각의 동물이다. 일상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충만해진다. 명암, 모양, 색을 식별하는 시각은 경이롭다. 소리의 자극을 느끼는 청각은 위대하다. 향기와 악취를 구별하는 후각은 심오하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을 감별하는 미각은 오묘하다. 압각, 통각, 냉각, 온각을 분별하는 촉각은 엄정하다. 오감 중 어느 하나라도 감각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면 삶의 질은 떨어진다. 오감은 삶의 행복도와 밀접하다.

며칠 전 뜻밖에 이웃집에서 들어오는 냄새로 곤혹을 치렀다. 한동안 부득불 청국장, 갈비찜, 김치찌개, 세탁기에 넣는 세재 냄새를 맡으며 살았다. 이웃집 끼니 메뉴에 따라 어느 날은 후각이 미각을 자극했고, 어떤 날은 후각이 미각을 마비시켰다. 특히 주기적으로 밤 10시경에 이웃집에서 라면 끓이는 냄새는 나의 미각을 유혹했다. 이웃집에서 들어오는 냄새가 역겨워 불쾌감을 자극할 때마다 "어느 집에서 들어오는 냄새야"라며 투덜거렸고, 이웃집을 원망하며 속을 태웠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버티다 냄새가 줄어들지 않고 더 심해져 급기야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청했다. 담당 기사님이 방문하여 어디서 어떤 냄새가 나느냐고 물었다. 아내와 나는 "음식과 세재 냄새가 심하게 들어온다"며 격하게 말했다. 기사님은 냄새가 어디에서 나느냐고 재차 물었고 우리 부부는 "음식 냄새와 세재 냄새가 방에서도 난다"며 다급하게 답했다. 이에 기사님은 "방에서 냄새가 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우리 집 어디에서 냄새가 나는지를 정확하게 모르고 횡설수설하는 우리 부부에게 기사님은 "음식물 냄새는 주방 환풍기가 고장이 났을 때 날 수 있고, 세재 냄새는 세탁실 배수구에 있는 냄새를 차단해주는 장치가 고장이 났을 때 올라올 수 있고, 담배 냄새는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서 들어올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기사님은 주방 개수대 밑에 쓰지 않는 배관을 비닐로 틀어막아주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냄새가 일시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도 했다. 우리 부부는 냄새가 어디에서 들어오는지를 몰라 기사님에게 요지도 없는 말만 두서없이 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다보면 스님이 "질문하는 요지가 뭐요?"라고 상담을 청하는 사람에게 재차 묻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상담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질문을 할 때 요지와 조리가 없는 말만 횡설수설 늘어놓는다. 법륜 스님이 상담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요지가 뭐요?"라고 되묻듯이 기사님이 우리 부부에게 "말하는 요지가 뭐요?"라고 묻는 듯 했다.

요즘 코로나19로 누구나 일상이 버겁고 우울하다. 마음 편히 여행가기가 두렵고, 누군가를 만나기도 부담스럽다. 코로나19는 발열, 기침, 목 아픔, 후각과 미각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며칠 간 이웃집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로 심기가 불쾌했는데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감사했다. 관점을 바꿔 생각하니 음식 냄새가 역겹지 않고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 집 주방 환풍기와 세탁실 배수구 장치가 고장이 나서 냄새가 들어왔는데 이웃집 탓만 했다. 웨인 다이어는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면 그 대상이 변화한다. 행복은 좋은 관점과 애정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자세에 달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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