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원도 화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충북도가 도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차단 방역 강화에 나선 가운데 11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도축업체 입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실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DB

코로나19가 창궐한 올해는 아무래도 사람이나 가축 모두 '전염병의 해'가 될 듯 싶다. 유례없는 가공할 전염병이 휩쓰는 가운데 예전부터 큰 위협이 됐던 다른 전염병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정도를 떠나서 가축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사람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기에 가축 전염병은 예사로 넘길 수 없다. 더구나 요즘의 가축 축산은 식재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식생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철새 도래기가 돌아오면 시작되는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얘기다.

가축 전염병만을 따져도 앞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ASF(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 가능성이 여전하다. 올들어서도 강원도 화천에서 2건이 발생해 4천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파주·김포·강화 등서 14건이 발생해 38만마리의 돼지가 애꿎게 목숨을 잃는 등 피해규모가 1천300억원이 넘었다. 또한 최근까지 경기도 북부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전염된 야생돼지 사체 발견이 잇따르는 등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처지다. 치사율이 100%에 달해 전국의 양돈농가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돼지열병이 새로운 전염병이어서 긴장해야 한다면 고병원성 AI는 적지않은 피해가 매년 되풀이되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구나 충청권인 천안의 한 하천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돼 경계신호가 켜진 상태다. 야생조류 분변에서의 AI항원 검출은 곧바로 인근 가금류 농장의 이동제한과 방역으로 이어졌다. 양성판정 등 추가적인 위험신호는 없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 주변 역시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저병원성 AI항원이 여럿 검출돼 이미 AI방역 비상대책 시행에 들어갔다.

비록 저병원성의 위험도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겨울을 앞둔 시점에 AI전파 만으로도 방역의 고삐를 죄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고병원성 AI의 피해는 이로 인해 60곳이 넘는 충북도내 오리농장이 올 겨울 휴지기제를 하는 것만으로도 입증된다. 예방이 어렵자 고육지책으로 밀집사육을 제한하는 것이다. 차단을 위해 쏟아붓는 소독 등 방역비용도 엄청나지만 발생시 주변 농장의 매몰 살처분은 인류의 과도한 욕심과 오만이 부른 재앙이다. 근본 대책은 요원하고 눈앞의 피해는 눈덩이인 가축 전염병의 실상이다.

코로나19에 독감까지 인간 전염병에 대한 걱정만으로도 힘겨운 상황이지만 당장 가축전염병에 주목해야만 한다. 그 피해정도의 심각성도 그렇지만 방역망 곳곳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ASF를 막기위한 수입금지 육가공식품이 버젓이 유통되는 등 검역부실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규제 일변도의 방역활동이 겹치면서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진 점도 유념해야 한다. 자칫 구멍이 생길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사람과 가축의 모든 전염병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초기에 빈틈없는 대응만이 감염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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