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람·자연의 '어울림'… 생명 살리는 유기농업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소재한 마을기업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현재 14가구 20명이 토마토, 고추, 벼, 블루베리 등을 유기농업으로 짓고 있다. /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제공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유기농업으로 생명의 먹거리를 나누는 사람들'. 마을기업 롤모델로 꼽히는 충북 괴산군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이하 솔뫼농장, 대표 김의열)이 스스로를 칭하는 말이다.

솔뫼농장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 일대에서 토마토, 고추, 벼, 블루베리, 오미자 등 1차 농산물을 유기농으로 길러내고, 고추장, 된장, 간장, 메주 등 유기농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마을기업이다. 모든 농사를 100%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깐깐하게 짓고, '유기농' 이라는 확고한 지향점을 바탕으로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솔뫼농장'이라 불리는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마을기업이 솔뫼영농조합이다.

94년 설립된뒤 2013년 마을기업 지정, 2015년 충북도 우수마을기업 선정, 2016년 행정자치부 우수마을기업 선정 등 성장해왔다.

 

땅·생명 살리는 '얼굴 있는 농산물'

솔뫼농장이 자리하고 있는 솔멩이골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대야산 산자락이자 남한강이 시작되는 발원지로서 물, 공기가 맑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런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솔뫼농장은 100% 유기농업을 고집하고 있다. 잡초, 벌레, 자연의 시간대로 더디 자라는 농산물을 농약 대신 품을 팔아 귀하게 길러내고 있다. 귀농인들이 많이 찾는 인큐베이팅공간이기도 하다.

마을기업 솔뫼에는 현재 14가구 20명이 참여해 토마토, 고추, 벼, 블루베리, 오미자 농사를 짓고 있다. 이렇게 길러낸 1차 농산물은 90%를 한살림에, 10%는 지역로컬매장과 협동조합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안정적 판로가 농산물과 가공품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유기농 콩을 무쇠솥에 삶아 황토방에서 볏짚을 깔고 띄운뒤 숙성시키는 솔뫼메주. /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제공

2008년 시작한 가공사업은 전통방식으로 만든 고추장, 된장, 간장, 메주, 누룽지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춧가루와 유기농 찹쌀 등을 전통항아리에서 8개월간 숙성시켜 만든 솔뫼고추장, 유기농 콩을 무쇠솥에 삶아 손으로 성형한뒤 황토방에서 볏짚을 깔고 띄운 뒤 숙성시킨 솔뫼메주, 직접 띄운 솔뫼메주와 솔뫼골 지하수, 깨끗한 신안 천일염으로 만든 솔뫼된장과 솔뫼간장도 주력 생산품이다.

귀농 11년차로 고추와 토마토농사를 짓고 있는 신선교 솔뫼농장 회원은 "유기농에 관심이 많아 귀농하게 됐고 솔뫼농장에 합류하게 됐다"며 "농약, 제조체, 화학비료를 일체 안쓰고 자연퇴비, 약재만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며 "땅을 살리고 자연과 생명, 사람을 살리는 농사"라고 소개했다.

솔뫼농장의 매출은 2016년 5억5천만원에서 2018년 9억2천만원, 올해 6월 현재 6억1천만원 등 늘고 있다. 일자리도 늘려가 한해 650여명(누적, 중복)이 고추장, 된장 제조에 고용되고 있다.

 

단단한 공동체의 힘

유기농을 추구하는 지향점은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기부, 도농교류로 이어져 마을을 살리고 있다. 솔뫼농장은 토박이와 귀농인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를 믿고 서로를 위해 살아간다. 생명의 농산물이 이어준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김의열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대표. / 김미정

김의열 대표는 "친환경농업 이라는 정신적 신념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보니 결속력이 좋고 함께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이라며 "귀농자와 토박이들간 조화도 강점"이라고 평했다.

시작은 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환경농사가 전무했던 시절, 토박이 농민과 귀농인 등 5명이 '솔뫼농장'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고추, 배추 친환경농사를 시작했다. 이듬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한살림에 본격 공급했다. 이후 귀농학교, 생명학교, 벼베기 체험, 단오제·추수감사제 등 도농교류행사를 지속 진행해 생산자와 소비자간 끈끈한 연결고리도 형성돼있다.

성공 비결의 하나는 참여다. 매달 15일마다 월례회의를 열어 토론을 거쳐 농장 대소사를 결정한다. 대표도 2년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2005년 귀농한 박일경 회원은 "회원 모두가 마을기업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신선교 회원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달 15일에는 회원들이 모두 모여 소식을 나누고 회의도 하고 경작지를 둘러보며 농사정보도 공유한다"고 설명했고, 2011년 귀농했다는 김윤희 총무는 "솔뫼농장은 94년부터 유기농업을 실천해온 올곧은 고집이 있고 그 고집으로 결속된 공동체 힘이 크다"고 코멘트했다.

솔뫼농장에서 운영하는 '솔멩이골 작은 도서관' 내부. / 김미정

단단한 공동체의식은 마을기업 운영을 넘어 마을을 살리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솔뫼농장 한켠에 마련된 '솔멩이골 작은 도서관'은 2011년 개관 이후 책과 아이, 어른과 어른을 잇는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천여권의 책을 보유하며 연중 열려있다. 방과후 공부방인 '솔멩이 배움터', 2007년 개설한 국선도 수련원도 이용도가 높다.

수익금의 1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모습도 눈길을 끈다. 괴산군 노인복지관에 급식봉사와 물품기부를 비롯해 지역아동센터와 쪽방촌에 매년 57만원씩 물품기부, 국제구호단체와 NGO단체에 매달 10만원씩을 나누고 있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에도 연 1천100여만원을 기탁하고 있다.

안정적 판로… 온라인 활성화 계획

앞으로 계획은 이평리 가공공장의 확장 이전, 생산품목 다양화, 온라인 판로 개척이다. 현재 괴산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괴산장터'에 입점해있지만 온라인 판로를 더 강화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의열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유기농으로 재배해 전통방식으로 만든 솔뫼 고추장, 된장 제품을 들고 있다. / 김미정

김 대표는 "한살림 중심으로 납품해와 안정적이지만 지자체 로컬푸드매장이나 공공기관 급식 등으로 판로를 확장하고 온라인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고 우체국쇼핑몰 입점도 다시 시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김 대표는 마을기업 솔뫼농장을 '어울림'에 빗대 표현한다. 마을, 사람, 자연이 한데 어우려져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공동체 라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토착민과 귀농인이 어울려 잘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건강한 제품을 생산해 지역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소비자들에 공급하는 것이 2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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