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폐비닐·플라스틱 수거 제안
세금 투입 땐 민간업체·아파트만 혜택
2018년 8억원 투입 후 5개월만에 중단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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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민·관 협의체 '청주시 생활폐기물 저감 및 자원순환 거버넌스'에서 도출한 '공동주택 폐비닐·플라스틱 공공수거'가 예산 낭비로 평가됐던 2018년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와 환경단체, 의회 등이 참여해 생활폐기물 저감 대책을 논의한 거버넌스는 28일 그동안 10차례 회의를 통해 얻은 결과를 발표했다.

거버넌스는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배출하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 수거·운반을 민간이 아닌 공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시는 2021년부터 비닐과 플라스틱의 공공 수거·운반을 위해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는 거버넌스의 제안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자칫하면 공공수거에 투입하는 시민 세금이 공동주택, 수거·운반업체에 배분하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현재 공동주택(300세대 이상 등)은 자체적으로 민간수거업체와 계약을 통해 재활용폐기물을 일괄 처리한다.

수거·운반업체는 입주자들이 배출하는 재활용품을 가져다 재판매하면서 발생한 수익 중 일정 금액을 해당 아파트에 지급한다.

거버넌스의 요구는 재활용품 중 종이·고철은 빼놓고 유가성이 낮은, 수거해도 돈이 안 되는 폐비닐·플라스틱만 시에서 직접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시가 이를 수용한다면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민간업체 대신 공동주택에서 배출하는 폐비닐·플라스틱을 수집·운반해야 한다.

수거·운반에는 시청 소속 환경관리원을 동원하거나 민간업체에 비용을 주고 위탁할 수 있다.

이같이 시민 세금을 들여 공동주택에서 나오는 폐비닐·플라스틱을 처리해 준다면 혜택은 민간업체와 아파트에 국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시가 세금으로 투입한 폐비닐·플라스틱 수집·운반·처리 비용은 곧 민간업체의 수익이나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내던 비용을 시에서 대신 부담해 주는 셈이어서 재활용품 판매 수익성은 좋아진다.

돈이 되는 종이·고철과 그렇지 않은 폐비닐·플라스틱을 가감해 아파트에서 받는 매각 대금도 당연히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수익 구조상 마이너스 요인이었던 폐비닐·플라스틱을 시에서 세금을 들여 책임져 주는 만큼 수익은 종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시가 2018년 공동주택 재활용품 수거에 개입해 폐플라스틱을 치워주다 5개월 만에 중단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시는 4개 구별로 업체를 선정해 폐플라스틱 수집·운반·처리를 위탁했다. 이때 들어간 세금만 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혈세로 혜택을 본 대상은 민간업체와 아파트뿐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섣불리 예산을 투입하려 하지 말고 원인자 부담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한 공공수거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 관계자는 "거버넌스 제안은 참고사항이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며 "충분히 검토한 뒤 수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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