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최근 1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강원 화천군의 양돈농장에서 다시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병은 몇 년전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와 유럽에서만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알려졌으나, 작년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으로 확산되었고 중국에서는 10개월 만에 전국으로 확산되어, 돼지 1억 마리 이상이 살처분 됐다고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된 바이러스성 동물전염병이다. 사람은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과의 동물이 급성형에 감염될 경우 그 치사율은 거의 100%에 이른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건조한 고기에서 300일, 냉동 고기에서는 1천일까지도 살아남을 정도로 환경에 잘 적응하고 감염속도가 빠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나 백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우리 정부와 농협 등 관련기관도 국내 재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입이 금지된 축산물과 가공식품의 불법유통 단속을 강화하고 농가 방역관리를 최고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이 무서운 동물전염병의 재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의 주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발병 인접지역 출입을 삼가고 일상에서도 수입경로와 업체를 알 수 없는 외국산 식품을 구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동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제2확산기를 거친 신종코로나 감염증은 'ASF'와 다르면서도 같은 점이 있다. 둘 다 통제하지 않으면 빠르게 확산되고,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과 예방백신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각각 사람과 돼지에서만 발생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분명한 건 우리나라에 ASF 바이러스는 아직도 살아있고 전파되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ASF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지역 등의 사례를 보면 야생 멧돼지와 매개체인 물렁진드기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검출돼 감염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 되더라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라도 또 다른 경로로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방역활동과 더불어 개체수 조절을 통한 멧돼지 관리 방안 등은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머지않아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되어 근절에 큰 힘을 실어주기를 농업관련 종사자로서 기대한다.

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허성환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국가 재난형 전염병의 방역은 나름대로가 아닌 절대적인 기준에 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코로나19 등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원칙에 충실한 초기 차단방역만이 유일한 대책임을 자각하고 전 국민의 지지와 격려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조기 확산방지를 위한 ASF방역의 골든타임은 결코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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