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로 만들고 수익 나누는 '착한기업'

충북 영동군 소재 마을기업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 송남수 대표(아랫줄 가운데)를 비롯한 직원들이 호구빵, 표고버섯차, 생강고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충북 영동군 소재 마을기업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 송남수 대표(아랫줄 가운데)를 비롯한 직원들이 호구빵, 표고버섯차, 생강고 제품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김미정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저 작은 기업도 나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매출이 많든 적든 기부는 꾸준히 하려고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얘기가 아니다. 충북 우수마을기업인 '구름마을사람들영농조합법인'(이하 구름마을사람들) 송남수 대표의 마인드다. 충북 영동군 유원대학교 산학협력관에 생산사업장을 두고 있는 구름마을사람들은 지난해 매출이 1억8천만원이었다.

2011년 설립 이후 최대 매출이었다. 매출은 많지 않지만 지역사회에 베푸는 '선한 매출'은 누구보다 많은, 따뜻한 기업이다. 지역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역특산물로 만드는 정직한 제품

감꽃차, 감잎차, 생강고. 영동지역농민인 조합원 47명이 손수 키운 영동지역특산물을 계약재배로 공급받아 손수 가공해 판매하는 점이 특징이다. 가공과정에는 지역주민을 고용해 쓴다.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상품인 호구빵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상품인 호구빵

호구빵은 영동산 호두와 국산 팥을 넣어 만드는 영동특산품이다. 호두와 구름마을의 첫글자를 따 '호구빵'이라 이름붙인 수제찐빵이다. 건강한 재료로 달지 않게 만들었고 '호구'라는 이름 덕에 한번 들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무기다.

"호두는 국산과 외국산 가격차이가 10배인데 우린 100% 영동산만 써요. 밀가루 1포대에 호두 1㎏를 넣어 만드는데 호두가 밀가루 가격보다 더 비싸요. 호구빵은 원가비중이 높아서 이익이 거의 없어요. 우린 조합원이 생산하는 호두를 쓰는 게 목적이니까, 수익보다는."(송남수 대표)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의 표고버섯차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의 표고버섯차

표고버섯차는 영동군에서 나는 표고버섯을 덖음방식으로 만든 웰빙차다. 영동은 전국 표고버섯 유통량의 절반을 차지할만큼 표고버섯 주산지다. 송 대표가 덖음방식의 표고버섯차를 국내 처음 선보였다. 표고버섯은 수용성이 좋아 주요성분의 95%가 물에 녹아나기 때문에 차로 마시기에 적합하다.

'감의 고장'인 영동에서 자라는 감잎, 감꽃, 감꼭지를 활용한 차(茶)도 차별화된 품목이다. 감꽃차는 도토리알보다 작은 감꽃이 만개하기 전의 통통한 감꽃만을 채취해 작설차와 같은 제다법으로 만들고, 감잎차는 영동군 매곡면 무공해 지역에서 5~6월 어린 감잎만을 채취해 작설차와 같은 제다법으로 만든다.

"감꽃차는 전국에서 저밖에 못해요. 감 꼭지는 중풍,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한 필수약재인데 감꽃을 우려서 마시면 그 한약성분을 그대로 먹는 격이 되죠. 감잎차는 비타민C가 풍부해서 몸에 흡수가 빠릅니다."(송남수)

이외에 쑥차, 뽕잎차, 표고버섯장아찌, 머위장아찌 등도 생산하고 있다.
 

베풀수록 커지는 지속가능 가치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이 받은 상, 표창, 인증서들이 사무실 벽에 걸려있다. / 김미정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이 받은 상, 표창, 인증서들이 사무실 벽에 걸려있다. / 김미정

구성원들은 구름마을사람들의 경쟁력으로 '나눔의 정서'를 꼽는다. 수익을 꾸준히 지역의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지역과 함께 살아간다. 지역공헌형 사회적기업으로서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중시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2012년부터 해마다 30만~50만원씩 영동군 이웃돕기 성금을 내놓았다. 또 2018년부터 영동군 황간면에 독거어르신과 저소득가정에 매달 200개씩 호구빵을 기증하고 있고, 2018년부터 매달 영동군 어르신 간식데이를 열고 있다. 제빵기술나눔 봉사에도 팔을 걷어 창업을 희망하는 영동군민들에게 창업연계 기술교육을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8명이 혜택을 봤다. 군 주최 각종 행사에서 무료 차와 찐빵 시식도 지원하고 있다.

"영동군 어르신 중에 저희 호구빵을 안 드셔본 분이 없도록 하는 것, '구름마을사람들에 가면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에요. 앞으로는 영동군 황간면뿐 아니라 30여개 모든 면단위에 호구빵을 나누고 싶습니다."(송남수)
 

풀꽃축제 매개로 공동체 활성화

설립 계기는 2010년 야생풀, 꽃, 나뭇잎을 주제로 열린 마을축제인 '1회 풀쌈축제'가 매개체가 됐다. 영동군으로 귀농한 이들이 마을축제에서 만나고 같이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공감대가 형성돼 2011년 7월 영농조합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 2012년 마을기업에 지정됐고 2017년 행정자치부의 전국 우수마을기업에 선정돼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호구빵을 찌는 모습. / 김미정
호구빵을 찌는 모습. / 김미정

실제로 직원 7명 중 6명이 귀농자다. 송 대표는 부산에서 섬유계통 중소기업을 운영하다가 2004년 영동으로 귀농해 복숭아농사를 짓고 있고, 고정현 총무는 남편이 영동 월류봉에 반해 10년 전 서울에서 귀농한 케이스다.

구름마을사람들은 10년째 풀쌈축제를 이끌어오면서 마을공동체를 강화하고 있다. 첫해 400여명이 참여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축제를 열지 못했다.

"마을기업이 하나 생김으로써 마을에 이야기꽃을 피우고 발전적인 길로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고정현 총무)

앞으로의 바람으로 지역사회 기부를 더 늘리는 것, 그리고 천천히 발전하는 것, 함께 가는 것이다. 협소한 생산작업장을 넓히고 체험프로그램을 강화해 숙박시설을 갖추는 것이 단기적 숙제다.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 로고
구름마을사람들 영농조합법인 로고

"마을기업인 구름마을사람들을 한마디로 하자면 '구름'이죠. 우리의 포부를 얘기하면 남들은 '뜬구름' 같은 얘기라고 하지만 하늘을 보면서 희망을 얘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하얀 뭉게구름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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