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배달 급증 등 소비양상이 달라지면서 플라스틱을 비롯한 1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재활용품 수거를 놓고 업체와 청주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민간업체들이 이를 공공수거로 전환해 달라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가 난색을 보이며 접점을 찾지 못하자 관련 거버넌스(민·관 협의체)가 중재에 나섰지만 원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체측 주장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민·관 거버넌스는 업체측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을 보이며 청주시에 공공체계 전환을 제안했다. 이 중 폐비닐은 내년부터 공공수거가 예정된 만큼 그대로 진행하면 되지만 폐플라스틱은 다르다. 거버넌스까지 나섰지만 청주시가 골머리를 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들어줄수 없는 이유가 분명한데다가 이미 2년전에 같은 상황을 겪었다. 그렇다고 시와 환경단체, 의회 등이 참여한 거버넌스의 제안을 무시하기도 어렵다. 수거중단 등 상황 악화를 피하려던 것이 되레 발목을 잡을 판이다.

올초부터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생활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코로나 여파에 세계 각국이 재활용품 수입을 규제하면서 폐플라스틱 등의 처리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체에 적자를 감수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들 업체가 다른 재활용품도 같이 수거·처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또한 처리 수익의 일부는 공동주택으로 간다. 따라서 폐플라스틱 등의 공공수거는 세금으로 업체와 공동주택의 줄어든 수익을 메워주는 꼴이 된다.

이에 대해 관련 부처도 일부 폐기물만 공공수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익이 되는 폐지·고철 등은 그래로 수거하면서 적자가 나는 폐기물은 수거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업체와 거버넌스가 말하는 공공수거가 결국은 민간 처리업체에 대한 비용 보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관청에서 직접 수거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물량이 늘어나는데다가 비용이 커지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고,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가 사태의 본질인 셈이다.

비용 감당이 사태의 본질이라면 생활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갈등 해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이 있다. 누구에게 짐을 지울 것이냐를 따지기 전에 그 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짐이 너무 많아 떠넘기려 한다면 짐을 줄일 방법부터 찾으란 얘기다. 공동주택은 일반주택에 비해 생활폐기물의 처리가 용이하다. 폐기물 발생단계에서부터 처리비용을 따질 필요가 있다. 코로나 이후 폐플라스틱만 15%넘게 늘어난게 우리의 현실이다. 드러난 갈등만 보지말고 그 뿌리부터 본다면 갈등 해결이 보다 쉬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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