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피의자 편지 한 통으로 검찰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자 여론은 검찰이 엄청난 발목을 잡혔다는 전제로 추론을 펼쳤다. 그러나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룸살롱 오발탄과 남부 지검장의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사임사로 주춤했으나, 범여권은 국정감사에서 총공세를 폈다. 공수처 출범부터 검찰을 비난할 틀을 잡았고, 라임·옵티머스 사건도 주도할 수 있으니 나름 큰 성과이다.

싸움의 기술에서 범여권은 야권에 몇 수 위를 증명하고 있다. 첫째, 공격할 때를 안다. 둘째, 정확한 좌표에 공격력을 집중한다. 셋째, 후퇴는 해도 도망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손자병법의 솔연이라는 뱀과 같이 머리를 치면 꼬리가 찌르고, 꼬리를 잡으면 머리가 물며, 몸통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덤비는 모습이다.

범여권은 검찰을 '사적 복수와 자기 멋대로 조직' 프레임에 가두었다. 윤 총장의 "부하가 아니다"는 말은 그러면 친구냐, 지휘 안 받겠다는 것이냐, 대통령도 무시하냐 확대되더니 검찰은 필요 없고, 공수처로 가야 한다고 끌고 간다. 이 과정 중 열린민주당은 돌격대를 자처하고, 대통령, 정무수석, 국회의원 다들 언론에 한 마디씩 던진다. 이렇게 피의자의 편지 한 통으로 검찰의 손발을 묶는 것을 넘어 검찰을 여론의 전쟁터로 끌고 왔다. 이 여론의 장(場)에서는 공소장으로 말을 해야 할 검찰은 벙어리가 되고, 말이 직업인 정치인들은 힘이 솟는다. 더욱이 범여권은 역전의 용사들로 정예병이 아닌가! 역시나 '정치 검찰', '사단', '정의의 죽음', '칼잡이'까지 나오더니 결국은 '?서방파', 검찰을 조직폭력배로 부른다. 공수처 출범 며칠 전이니 논리에서 져도 결과에서 이기는 신의 한 수에 총력을 기울인다. 가히 상산사세(常山蛇勢)라 할만하다. 손무가 살아온다면 솔연이라는 뱀보다 범여권의 전투력이 더 나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검찰총장이 (장관의) 부하가 아니면 친구인가"고 윤 총장을 다그쳤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곽경택 감독의 2001년 영화 '친구'가 떠올랐다. 윤 총장을 공격하는 범여권의 모습에서 오히려 잘 훈련된 조폭이 떠오른다. 일단 정치의 품격도, 최소한의 교전 수칙도 볼 수 없다. 논리는 찾기 어렵고, 말꼬리를 잡고, 위세로 누르고, 상대방의 말을 고의로 곡해(曲解)를 한다. 국정감사에서 "패 죽였다"는 말은 사과를 끌어내면서, 벼슬의 힘으로 상대와 국가기관을 패는 행위는 사과를 하지 않는다. 국정 감사는 내 집이고, 여론은 앞마당이며, 기껏해야 총장 한 명이니 너 한번 맞아봐라! 조직폭력배의 집단 폭행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범여권은 싸움에 정신 팔려 잊은 게 있다. 금태섭 전 의원을 왕따시켜 탈당시키는 모습, 자신들이 임명한 총장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집단 폭행하는 모습에서 범여권이 조폭으로 느껴지고, 국민은 지쳐 간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개미들은 라임·옵티머스의 피해를 호소하고, 부동산은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혼란이며, 코로나 19로 생계는 위협인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으면서도 싸움은 명장이구나, 최고이구나, 집권 여당은 싸움밖에 모르는구나 한탄을 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기업은 2류라는 말로 정치인들에게 수많은 곤란을 겪었던 이건희 전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그런데 정치인의 정치는 4류라 하여도 싸움 기술은 1류이다. 그래도 1류로 볼 수 있는 게 하나는 있어서 기뻐해야 하나!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