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청주상공회의소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전분기 대비 4p 상승한 '68'로 집계됐다. 이번 분기도 경기상승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의미다. 소폭 상승했다고 하지만 기준치 10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속에 국가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불안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하락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청주상공회의소의 해석이다.

기업들에게 2020년은 유독 더 힘겹게 지나는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세계경제의 위축은 내수소비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고, 코로나19는 조금 진정된 듯 보이지만 아직도 심리적 위압감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최근 십여 년 동안 중소기업의 경영여건이 희망적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늘 고비고 늘 위기였다. 겨울이 오고 난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고 푸르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세상이 어려워진 다음에야 비로소 옥석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코로나라는 겨울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말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로 인해 삶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활동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끝나지 않는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제2, 제3의 코로나가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코로나는 이제 단순한 병명이라기보다 인류가 신종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하는 시대의 신호탄이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을 미룰 수만은 없다.

지난달 27일 기업인의 날 행사가 있었다. 14회째라고 한다. 흔한 얘기로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을 훌쩍 넘겨 지속되어 온 축하행사다. 충북도는 2007년에 '기업사랑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충북경제에 공이 있는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예우방법, 그 기업지원에 필요한 사항 등을 명시한 조례다. 기업인 예우방법으로 매년 10월 네 번째 화요일을 정해서 '기업인의 날'을 개최하도록 규정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기업인들의 노고를 함께 돌아보고 서로 격려하는 뜻깊은 행사로 자리매김해 왔다.

꼭 필요한 많은 행사들이 코로나를 이유로 취소, 축소되었고 기업인의 날 또한 온라인 행사로 약식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어 그나마 100명의 기업인들이 모여 서로 축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는 음성 성본산업단지에 새롭게 투자하는 바이오기업과 식품가공기업의 투자협약으로 시작되었다. 지금과 같은 경제상황에도 900억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를 통해 125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니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시상식이 이어졌다. 중소기업대상을 받는 기업이 10개 기업, 신설된 명문 우수장수기업이 6개 기업, 일류벤처기업 6개 기업, 품질경영우수기업 6개 기업, 고용우수기업 21개 기업 등 49개 기업이 상을 받았다. 기업인 두 분도 '자랑스러운 충북기업인"으로 선정되었다.

그중 20년 이상 우리 지역에 뿌리를 박고 운영하고 있는 장수기업을 선발해서 시상하게 된 것은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의미일 것이다.

경제상황이 어려워도 상을 받을 만큼 성과를 내는 기업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상을 주는 도지사도 받는 기업대표도 얼굴에 번진 웃음이 그런 자랑스러움을 반증한다.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The games must go on). 1972년 뮌헨 올림픽경기 중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총격에 희생당한 이스라엘 선수 11명의 추도식에서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브런디지가 추도사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림픽경기를 계속하겠다며 선언한 말이다.

그렇다.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의 생활도 계속되어야 한다. 기업의 생존도 계속되어야 하고 그럼으로 눈보라 날리는 겨울이 와도 푸른빛을 더욱 뽐내는 소나무, 잣나무가 되어야한다.

기업인의 날 상을 받는 기업과 기업인들의 얼굴에 띤 미소를 보며 충북경제의 희망을 본다. 가지와 잎에 서릿발 성성하게 달고 있어도, 온 사위가 눈으로 덮여있어도 홀로 독야청청한 든든한 소나무들을 본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세상은 고난으로 가득하지만 고난의 극복으로도 가득하다.(Although the world is full of suffering, it is full also of the overcoming of it.) 말도 못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평생을 장애인 운동가, 여성인권 운동가로서 살아간 헬렌 켈러의 명언이다.

기업인의 날 퍼포먼스에서 참석한 모든 이가 함께 외쳤다. "코로나 극복, 함께하면 할 수 있다.", "일등경제 충북, 함께하면 할 수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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