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일 칼럼] 최동일 논설실장

청주시가 최근 시민생활과 직결됐지만 현실을 벽을 넘기도, 그렇다고 문제를 모른 척 외면할 수도 없는 난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이 된 공동주택 재활용품 수거가 그것이다. 그동안 이를 수거·처리하던 민간업체들이 수익성 문제로 작업을 중단하겠다며 청주시의 공공체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수거 대상 가운데 돈이 되는 품목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수익구조상 적자로 돌아선 폐플라스틱·폐비닐은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해당용품들의 발생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들의 요구를 거들고 있다.

이에 대해 시가 난색을 표하자 민간업체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양측의 입장이 계속 엇갈리자 시와 환경단체, 시의회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중재에 나섰고 그 결론은 업체의 어려움을 인정한 공공수거다. 그러면서 생활폐기물 발생과 소각·매립량 감소, 자원순환정책 공공역할 확대, 시민참여 확대 등을 함께 요구했다. 현실적인 압박속에 청주시 행정이 선택을 강요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보면 2년전 실패한 정책을 다시 시도하기 위한 면피용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수 없다.

그럼에도 공공수거가 해법으로 제시된 것은 그만큼 생활폐기물 처리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코로나 이후 폐플라스틱은 15%, 폐비닐은 11% 넘게 늘어났고 한다. 반면 경기침체로 수요는 줄고 각국은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처리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조만간 수거방법을 따지는 것도 무의미해질 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세상에 재활용품뿐 아니라 쓰레기 발생량을 줄인 지자체도 있다. 빈틈만 찾아 메워도 발등의 불은 끌수 있다.

생활폐기물은 수집 현장에서 1차적인 처리만 잘해도 발생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생활습관을 바꾸고 관심을 더 기울인다면 살아 숨쉬는 지구와 후세들을 바라보기가 조금 덜 부끄러울 수 있다. 귀찮고 더럽고 무의미해 보인다고 방치한 결과가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숨통을 옥죄는 것이다. 하물며 인류가 살아 남기 위한 길임에도 외면할 뿐이다. 당장 거주하는 아파트의 재활용품 수거가 안되면 손톱 밑 가시처럼 불편함을 줄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생활폐기물의 방치는 스스로 삶의 자리를 절벽으로 내모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청주시 공동주택 재활용품 수거 문제는 공공수거만으로는 답이 될 수 없다. 먼저 발생량을 줄일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이미 2년전에도 같은 숙제가 주어졌지만 허송세월만 했다. 이번에도 거버넌스가 공공수거를 받아들이면서 발생량 감소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선언적일 뿐이다. 절차상 구색을 갖춰 미봉책으로 또 덮고 넘어간다면 머지않아 한순간에 그 짐을 돌려받게 된다. 지금 우리를 열달째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가 그 예다. 모양은 달라지겠지만 우리가 짊어질 부담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다.

최동일 논설실장
최동일 논설실장

코로나19의 배경에 자연과 환경파괴가 있고 이상기온은 기상위기로 그 위세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부질없다. 불과 수년새 예견은 현실이 됐고, 이변은 일상이 됐으며, 우려는 숙제가 됐다. 공공수거로 청주시 재활용품 문제가 일단락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는 비용분담의 일일 뿐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경고를 무시하면 재앙으로 되돌아 온다. 수거 문제처럼 폐기물 처리가 사람 손에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우리의 앞날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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