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종교는 초자연적인 절대자의 힘을 믿고 의지해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 문화 현상을 말한다. 삶과 죽음 등 근본적인 문제를 절대자에게 의지해 해결하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종교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시 신앙은 애니미즘으로 태양, 바위, 나무, 바람 등 자연물과 동식물에 생명이 있다고 믿고 숭배했다.

종교는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원시부족 사회에서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로 사회가 발달하면서 불교,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등 세계 3대 종교가 탄생했다. 힌두교, 라마교, 유교, 도교 등 나라마다 민족 종교도 이어졌다. 우리 나라에서는 19세기말 천도교, 대종교, 원불교, 증산도 등 민족 종교가 태어나 교세를 유지하고 있다.

종교는 삶과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순기능과 더불어 역기능이 공존한다. 종교가 정치와 타협해 엄청난 피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기독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이후 로마제국의 그리스도 박해, 십자군 전쟁, 종교 재판, 마녀 사냥, 신구교 간 30년 전쟁 등 순교와 갈등의 역사가 이어졌다.이슬람교는 예언자인 마호메트 사후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져 오늘까지 서로 싸우며 반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종교가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등 종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10월 14일 40대 개신교 신자인 A씨가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 전각에 불을 질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신의 계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전에도 사찰 현수막에 수시로 불을 지르고 돌을 던지는 등 훼불 행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 개신교 신도들의 사찰 방화와 훼불 행위가 끊이지 않자 불교계 대표 종파인 조계종이 이례적으로 강한 반감을 표시해 이번 방화 사건이 불교와 개신교의 종교간 갈등으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그동안 불교계는 사회 공동체의 안정과 종교 간 평화를 위해 한없는 연민과 자비심으로 인내했으나 성숙한 시민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 고통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인의 사찰 방화가 부산 범어사, 여수 향일암 등 천년 고찰과 여러 사찰에서 발생했고, 불상 훼손도 멈춤없이 반복되고 있다"며 "개신교단 지도자와 목회자는 반사회적 폭력 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해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교단이 신자를 단속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또 "공권력은 특정 종교의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각종 행위를 언제까지 방치하고 관망할 것이냐"며 "사찰 방화를 개인 소행으로 치부하지 말고 소속 교단에서 폭력 행위를 사주하거나 독려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하는 등 사회 화합을 저해하는 폭력 행위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라"고 요청했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이어 정부와 국회에 반사회적 폭력, 방화, 위협 행위를 엄벌하고 증오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 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했다.

모든 행위에는 항상 상대가 존재한다. 그래서 자기 종교를 치켜 세우려면 먼저 다른 종교를 존중해야 한다. 종교인들은 그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진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