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 이민우 편집국장

"21세기 글로벌시대를 준비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변해야 살아남는다'라고 외치던 혁신적 개혁가며,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은 그의 경영가치를 담은 수많은 어록들을 남겨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당찬 차도남(차가운 도시남자) 스타일에 특유의 투박하고 직설적인 화법을 담은 그의 메시지는 지금도 후세 경영인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있었던 '마누라와 애들 외에 모두 바꾸라'던 신경영 선언 이후 휴대전화의 불량률이 높자 자사 애니콜 제품을 불태워 품질경영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취임 시 약속했던 초일류 기업 삼성을 만들었다. 그저 취임 일성으로 해보는 소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난 51년 동안 혁신과 도전을 지속해 왔다. 선대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국내 가전제품과 반도체 사업의 초석을 다진 이래 1987년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을 선포하며 세계 D램시장에서 글로벌 1위 기업으로 확고한 위치를 다졌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도 올해 3분기 매출 67조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브랜드가치 623억달러로 글로벌 5위를 달성했다.

이제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통해 신화를 창조했던 이 회장은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공과를 평가하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그의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무노조 경영과 세습경영을 이유로 부정적 평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아버지로부터 삼성이라는 기업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정치·경제적 환경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삼성이 이 회장 별세 일주일만인 지난 2일 창립 51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했다. 앞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완전한 1인자로서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복합 위기에다 수사·재판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까지 안은 상황에서 '포스트 이건희'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무거운 부담을 안고 있다.

이 회장 별세로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 문제 역시 과제다. 이 부회장 중심 지배구조 체제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지만, 막대한 상속세 마련과 여당이 추진하는 일명 '삼성생명법' 등이 변수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머지 않아 회장 지위를 달고 '등기이사'로 복귀해 경영 장악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이 회장은 '우리도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은 이 회장이 남긴 '도전과 열정' '나눔과 배려'를 이어받아 업계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창조적인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민우 부국장겸 사회·경제부장
이민우 편집국장

고인의 생전 경영철학이었던 인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지속가능한 100년 기업'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전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얼굴로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최일선에서 이끌어 가는 '삼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도 더욱 강화해 주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