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광형 뉴스1 세종·충북 본부장

지방공무원에서 국회의원까지 성공신화를 쓴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검찰에 의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청주 토박이로 시청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청주부시장,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1급), 충북도행정부지사 등 고위공직을 역임한 지역의 인적자산이다. 유무죄를 떠나 지역으로선 안타까운 일이다.

정 의원은 21대 국회 첫 구속자란 불명예도 안았다. 충북지역 선거구 의원 8명 중 한 명이라지만 도세가 약한 지역 현실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정 의원은 향후 검찰수사와 재판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겠지만 사실상 제대로 된 의정활동은 기대할 수 없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듯 벌써 내년 4월 보권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인사들도 있다.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의 일원인 국회의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주민의 몫이 된다.

정 의원 개인적으론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가문을 빛 낸 성공스토리가 덧없이 사라지게 될 위기의 상황이다. 인생이 아무리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지만 명예가 훼손되고 심신의 고통이 수반되는 인신 구속은 다르다.

정 의원을 옭아 맨 범죄혐의는 3가지다. 공소시효 만료(10월15일) 전 출석 불응으로 진술조사 없이 이미 기소된 공직선거법위반과 이번 구속에 적용된 정치자금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 의원은 이들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난감한 건 이런 범죄사실을 고발한 게 다름아닌 자신의 심복이었던 회계책임자라는 데 있다. 정치인이면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자금과 선거법에서 내부 고발자의 덫에 걸린 셈이다.

공직사회에서 '처세의 달인'으로 불리는 정 의원이 자신의 일상을 다 들여다보는 운전기사와 회계책임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걸 보면 이해가되질 않는다. 고발인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의원을 돕기 위해 충북도산하기관에서 퇴직했다.

이때부터 지난 4·15총선때까지 선거캠프 살림을 도맡아 하며 수족처럼 정 의원을 보좌해 온 인물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마치 정 의원이 자신을 '토사구팽'할 것을 예측한 듯 많은 일들을 자신의 휴대폰에 녹취하거나 기록으로 남겼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정 의원이 자신을 배제한 채 선거 막판 캠프에 합류한 인사를 보좌관에 내정된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을 직접 찾아 고발했다. 당연히 보좌관 입성을 예상하고 의복까지 준비했던 그는 '논공행상을 치더라도 이럴 수 없다'며 가족과 함께 격분했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는 벌금 100만원, 회계책임자는 벌금 3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오는 11일 시작돼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미 보선을 준비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꿈틀댄다.

이번 사건은 고발인에게 적당한 보직을 주고 관리했다면 충분히 묻혀갈 수 있었다. 정 의원은 시한폭탄을 몸에 안고 현실 정치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활동을 벌인 셈이다.

이광형 뉴스1세종충북본부 대표
이광형 뉴스1세종충북본부 대표

정 의원의 소속당인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감지한 건지 아니면 뿌리(?)가 달라서인지 과거 조국 전 법무장과 윤미향 의원 등과 달리 보호막이 돼 주기를 외면했다. 이제 정 의원은 홀로서기를 하며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해야하는 험난한 일들이 남아있다.

그 결과 의원직을 상실하는 불행이 닥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검찰수사에 대해 '재가 될지언정 그을리지 않겠다'는 말을 신뢰하고 싶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검찰수사와 재판을 보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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