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충북미래기획센터장

얼마 전 엄청 많은 자산을 보유한 모그룹 회장이 사망하자 상속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KB 금융그룹에서 '2020년 한국 부자(富者)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부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한국 부자 수는 2010년 16만명에서 2019년 35만 4천명으로 지난 10년간 2.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가 가진 자산규모는 2010년 1천158조원에서 2019년 2천154조원으로 1.9배 증가하고, 이들의 자산은 50% 이상이 부동산자산으로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 비중의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금융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비중이 증가하고, 부동산자산은 '거주용주택'과 '투자용주택'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부자들이 부를 이룬 원천은 2011년엔 '부동산투자'였지만 2020년에는 '사업수익'으로 변했다. 부동산투자는 2011년 45.8% 비중에서 2020년 25.5%로 감소하고, 사업수익은 28.4%에서 37.5%로 증가하였다. 총자산 규모별 부의 원천은 50억원 미만의 부자들은 '부동산투자수익'이 부의 원천이라는 응답이 줄고, 대신에 '사업수익'과 '근로소득'이 부의 원천이라는 응답이 많아졌다.

반면, 50억원 이상의 부자들은 '부동산투자'나 '사업수익'보다 '상속·증여' 자산이 현재 부의 원천이라 응답한 경우가 크게 늘었다. 또 한국의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자산 기준은 2011년 50억원에서 2020년 70억원으로 1.4배 증가했다. 부자들의 투자성향은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이 가장 많았지만 '안정지향형'은 감소하고, '적극지향형' 투자성향은 크게 증가했고, 10년 전에 비해 고수익에 대한 관심과 자신들의 판단에 의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났다.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이전 방법은 자산의 '일부는 상속하거나 증여하고 일부는 기부(63.6%)'하는 것을 선호해 한국의 부자들도 기부에 대한 생각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상속의 대상은 여전히 '자녀'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과거보다 배우자나 피상속인이 크게 증가했고, 상속·증여자산 중 '금융자산'을 물려주겠다는 응답이 67.4%로 가장 많았다.

한국 부자들의 지역별 분포에선 서울이 16.2만명(45.8%)으로 가장 많았고, 이들은 주로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에 집중돼 서울 부자의 46.7%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에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은 경기(7.7만명), 부산(2.5만명), 대구(1.6만명), 인천(1만명)이고, 제주가 3천명으로 가장 적었다.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부자는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70.4%가 집중되어 있고, 다음으로 부산, 대구, 경남, 대전, 경북 등의 순을 보였다. 인천을 제외한 5대 광역시는 16.7%, 경기를 제외한 기타 지방은 12.9%의 비중을 보였다.

한국 부자들의 총자산구성은 56.6%가 부동산자산이고, 금융자산은 38.6%로 부동산자산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부자들은 부자의 기준을 총자산 70억원 이상, 부동산 기준으로는 40억원 이상일 때 '부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향후에 전반적으로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유지하겠다는 비중이 80~90%이고, 주식에 대한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충북의 경우에 10억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부자 수는 모두 3천600명으로, 제주 다음으로 적고, 전체 한국 부자 수의 1.0% 비중에 불과했다. 이는 강원(4천600명)보다도 적은 숫자이다. 이처럼 충북에는 아직 상대적으로 부자가 많이 살고 있지 않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장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충북미래기획센터장

이에 지역·세대 간에 부의 양극화가 더욱 깊어지고 있고, 대물림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에는 충북에도 부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들이 많이 와서 살고 싶도록 해야 잘사는 충북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 이유 없이 부자들을 무조건 시기하고, 나쁘게 매도하는 배타성보다는 평소 보여준 근면하고 정직한 노력을 인정하고, 그들의 한발 앞선 통찰력과 지혜를 배워 나가려는 지역의 포용성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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