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을 읽다] 조환문 청주IT과학고 교사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으로 학교 현장에선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어떻게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교육부에서는 부랴부랴 EBS 온라인 클래스의 서버 증설을 통해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위한 콘텐츠를 올리고 학생이 스스로 콘텐츠를 보도록 구축했다. 그런데도 온라인 수업을 통해 양극화가 이뤄졌다.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그저 재생만 하고 듣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오프라인 수업 때 학생들의 심각한 상태와 양극화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방향 온라인 수업의 한계를 인지한 후 쌍방향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을 하면서 일부 학교와 교사는 원활히 진행했다. 그러나 쌍방향 수업의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 대다수였다. 교사는 쌍방향 온라인 수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으며, 학생은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적었기 때문이다.

바로 줄탁동시(?啄同時)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국이다.

줄탁동시(? 쪼을 줄, 啄 쪼을 탁, 同 같을 동, 時 때 시)란 닭이 알을 깔 때에,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해져야 부화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따라서 줄탁동시는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거나, 서로 합심해 일이 잘 이뤄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한문교사 오픈채팅방의 이름이 바로 줄탁동시이다. 천 명이 넘는 전국의 한문교사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소통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의 목적은 바로 어미 새의 쪼음(啄)과 같이 어떻게 하면 학생에게 한문을 잘 가르칠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자신의 경험과 다양한 방법이 학생에게 적절한 학습이 되도록 원활히 공유됐다.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공유되면서 학생이 스스로 쪼을(?) 수 있도록, 곧 스스로 학습할 방안을 고민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 결과 많은 학습 도구, 교재, 자료 등이 공유되며 나름의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많은 수의 학생이 그에 응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아쉬움이 커졌다. 물론 잘 이뤄진 학교도 있다. 그러나 학습의 양극화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어 부정할 수 없다. 줄탁동시의 기쁨은 자신의 노력도 중요하고 주변 환경도 받쳐줄 때 가질 수 있다. 어느 한 쪽만이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개인적인 면으로 들어가 해석을 해보면 좋을 듯 하다. 학생의 입장에서 나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 내가 이렇게 못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땐 나는 얼마나 노력했나를 되돌아보아야 한다.

조환문 청주IT과학고 교사
조환문 청주IT과학고 교사

또 교사의 관점에서는 학생이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땐 학생의 수준과 상태를 얼마나 살피고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을 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각자 시간이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도 교사도 모두 그 알을 쪼고 있으며, 각자의 제때를 알고 적절하게 대응할 때 우린 줄탁동시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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