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충주에 있는 '조동리 선사유적 박물관'은 충주시 동량면 조동리 지역에서 출토된 선사유물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충북대학교 박물관이 1996년부터 3차에 걸친 발굴을 통해 이곳에서 다수의 신석기와 청동기시대 유구와 유물을 출토했으며 우리나라 선사시대 문화와 생산경제 등의 학술적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조동리 유적의 8천 년 전 신석기층에서 벼의 규소체가 출토된 것으로 미뤄 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농경문화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주 소로리 볍씨는 1만5천여 년 전 구석기 층에서 발견돼 이보다 훨씬 앞서지만 야생벼인지 재배벼인지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반해 조동리에서 발견된 벼의 규소체가 재배벼일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연대라는 것이 학자들의 주장이다.

학계에서는 조동리 유적지에 발견된 3천 년 전 청동기시대 전기의 집터 양식을 아예 '조동리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조동리 선시유적이 우리나라 선사문화에서 차지하는 의미나 비중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 박물관이 정작 충주시민들로부터는 외면받고 있다.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조동리 선사유적 박물관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시민들도 상당수다.

조동리 유적은 1990년 수해 당시 충주댐 물이 범람해 하류에 위치한 이곳을 휩쓸면서 우연히 드러나게 됐다. 그러나 예산 문제로 6년이나 방치했다가 이 지역에 제방을 건설하면서 극히 일부만 발굴을 진행했다.

당시에 발굴 확장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근거자료만 마련해놓은 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발굴 확장 시 유물 추가 출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계의 주장이다.

특히 8천 년 전 벼의 규소체가 발견된 신석기층 불 땐 자리를 중심으로 추가 발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는 가와지 유적에서 5천20년 전 신석기시대의 볍씨가 출토되자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기원이 고양지역"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양시는 '가와지 볍씨박물관'을 만들고 국제학술대회까지 열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벼를 아예 '가와지벼'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이보다 3천 년 정도나 오래된 8천년 전 벼의 규소체가 발견된 충주시와는 크게 비교되는 대처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겸 충주주재

조동리 선사유적 추가 발굴 여부에 따라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기원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더이상 조동리 유적에 대한 추가 발굴을 미룰 이유가 없다. 조동리 선사유적 추가 발굴에 수십, 수백억원의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충주시의 관심과 의지다.

충주는 '중원문화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을 내세우는 지역이다.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와 성원으로 국립 충주박물관 유치도 이뤄냈다.

충주시는 이제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의 역사문화 유적을 발굴하고 복원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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