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 보물전'을 열었다. 사상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이 출품돼 반응이 뜨거운 것 같다. 최근 2년간 새로 국보·보물로 지정된 157건 중 이동 가능한 83건 196점이 출품되어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 명품의 향연에서 놓치면 안 될 걸작 7선(選)이 있었다. 이인문 '강산무진도', 심사정의 '촉잔도권', 김홍도 '마상청앵도', 신윤복의 '미인도', 김득신 '풍속도 화첩', 그리고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청자 투각 연당초문 붓꽂이'있다. 특히 신윤복의 미인도는 10여 년 전 성북동 간송미술관 앞에서 4시간을 기다린 후 감상한 기억이 새롭고, 혜원의 미인도는 영화로도 본 적이 있다.

조선시대 최고 풍속화가 단원 김홍도는 중인 신분에서 현감까지 올라갔는데, 단원의 마상청앵도에는 나그네가 나오고, 시선 끝에 꾀꼬리 한 쌍이 버들가지에 앉아 있다. 김홍도 그림은 교직에 있을 때, 연수를 받으며 미술사학 공부를 한 적이 있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보물 제1973호로 쌍꺼풀 없는 눈에 초승달 눈썹, 아련한 눈빛. 조선 시대 여인의 초상화로 걸작이다.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과 배추같이 풍성한 옥색 치마, 노리개를 살짝 받쳐 들고 옷고름을 쥔 손의 자태가 보는 이를 설레게 한다. 혜원의 그림도 교직에 있을 때 배운 적이 있다.

그런데 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천재 화가 장승업(1900년대) 이후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하고, 그 이전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장승업의 귀거래도(비단에 담채)는 도연명의 귀거래사 8개 장면을 그렸다. 그는 그림 공부를 할 형편이 못되어 중국 그림으로 미술 공부를 해 중국식 그림이 많고, 한자를 몰라서 안중식 화가가 그림에다 글을 써 주었다.

'세계가 사랑한 한국'이라는 책의 저자 필립 라스킨은 한국인은 역동성, 유대감, 성취욕이라는 3가지 특성이 있어, 한국전쟁 이후 70년 동안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경제력이 높아진데에는 석굴암, 석가탑, 다보탑, 고려 불화를 만든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선박, 자동차, 전자제품, 건설 등을 이룬 기술력이 일등공신 아닐까 한다. 최근 대중문화의 한류 열풍에 맞추어 K팝, K드라마, K방역, K푸드 등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한국의 라면 등 즉석 음식이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한국인의 진정한 향기는 모든 것을 감싸 안아 줄 수 있는 푸근한 정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아름다운 향기를 준다는 것은 큰 감동이며 큰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향기에 취할 때, 행복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행복이며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한다. 누군가를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일은 인생을 걸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국보와 보물의 향연을 보면서 한국인의 매력을 가꾸기 위해 열심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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