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 걸어나온 '전통 문화예술의 혼'을 만나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자랑스러운 우리 전통문화예술의 혼을 만날 수 있는 '2020 충북도 무형문화재 한마당 합동 공개행사'가 증평에서 열리고 있다. 증평군 독서왕 김득신문학관에서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충북 도내 개인 종목 기능보유자 19명의 작품 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수많은 어려움을 헤치며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장인들의 빛나는 작품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의 끈기와 인내를 보여주고 있다. / 편집자

사진은 첫 번째 줄 왼쪽부터 청명주 김영섭, 송로주 임경순,  배첩장 홍종진, 단청장 권현규, 사기장 서동규, 사기장 이종성,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옹기장 박재환, 야장 설용술, 야장 김명일, 소목장 김광환, 궁시장 양태현, 한지장 안치용,  세 번째 줄 왼쪽부터 자석벼루장 신명식, 악기장 조준석, 목불 조각장 하명석, 옻칠장 김성호, 각자장 박영덕, 필장 유필무.
사진은 첫 번째 줄 왼쪽부터 청명주 김영섭, 송로주 임경순, 배첩장 홍종진, 단청장 권현규, 사기장 서동규, 사기장 이종성,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옹기장 박재환, 야장 설용술, 야장 김명일, 소목장 김광환, 궁시장 양태현, 한지장 안치용, 세 번째 줄 왼쪽부터 자석벼루장 신명식, 악기장 조준석, 목불 조각장 하명석, 옻칠장 김성호, 각자장 박영덕, 필장 유필무.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기능보존, 후계자 육성을 위해 시작된 '충북도 무형문화재 한마당 합동 공개행사'는 2013년 충주-호수에서 만나는 전통의 향기, 2014년 청주직지축제, 2015년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2016년 영동난계 국악축제, 2017년 제천 국제한방바이오산업엑스포, 2018년 보은대추축제, 2019년 단양온달문화축제에서 열렸다.

올해는 8번째 행사로 '2020 증평인삼골축제장'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축제가 취소돼 증평군 독서왕 김득신문학관 기획 전시실에서 단독행사로 오는 22일까지 개최된다.

충북도와 증평군이 주최하고 (사)충북도 무형문화재 보존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충북도 기능보유자 제2호 충주 청명주 김영섭, 제3호 보은 송로주 임경순, 제7호 배첩장 홍종진(청주), 제9호 단청장 권현규(청주), 제10호 사기장 서동규(단양), 제10호 사기장 이종성(충주), 제12호 옹기장 박재환(청주), 제13호 야장 설용술(보은), 제13호 야장 김명일(충주), 제15호 소목장 김광환(청주), 제16호 궁시장 양태현(청주), 제17호 한지장 안치용(괴산), 제18호 자석벼루장 신명식(단양), 제19호 악기장 조준석(영동), 제21호 목불 조각장 하명석(보은), 제27호 옻칠장 김성호(청주), 제28호 각자장 박영덕(보은), 제29호 필장 유필무(증평) 장인과 국가무형문화재 제136호 낙화장 김영조(보은) 장인이 참여하고 있다.

작품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조준석 악기장의 아쟁과 가야금, 김명일 야장의 산전괭이 등의 농기구, 권현규 단청장의 감탄을 부르는 꽃살문 단청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50년 인고의 시간 끝에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돼 낙화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김영조 낙화장의 삼공불환도는 겸손한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김영조 낙화장은 2010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22호에서 지난해 1월 제136호 국가무형문화재로 승격 지정됐다.

또 홍종진 배첩장의 삼국유사 배첩과 유필무 필장의 다양한 소재로 만든 각양각색의 붓들은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를 가늠케 한다.

이와 함께 서동규 사기장의 녹자 달 항아리, 김광한 소목장의 아름다운 경상, 양태현 궁시장의 죽시, 신명식 자석벼루장의 화조연, 이종성 사기장의 당초문이중투각소구병도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전시장 한가운데 온화한 미소로 서있는 하명석 목불 조각장의 목조관세음보살은 전시 구경을 잠시 멈추고 두 손을 모아 마음 속 기도를 하고 싶을 만큼 자비롭다.

이외 안치용 한지장의 한지 마스크와 원단, 임경순 장인의 보은 송로주, 김영섭 장인의 충주 청명주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기록문화의 복원'이라는 마음의 길을 따라 긴 시간 고도의 집중력으로 나무를 다듬고 깎아 완성한 박영덕 각자장의 훈민정음 해례본 목판과 김성호 옻칠장의 조각보, 박재환 옹기장의 전통옹기, 담금질과 두드림의 연금술사 설용술 야장의 전통호미는 자세히 들여다보는 만큼의 섬세함과 미려함을 느낄 수 있다.

장인들의 작품 전시와 함께 매주 토·일 주말에는 기능보유자들의 다양한 현장 시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주말인 21, 22일에는 청명주 김영섭, 사기장 이종성, 야장 김명일, 각자장 박영덕, 필장 유필무, 벼루장 신명식 장인의 시연이 진행된다. 전시관람은 무료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조준석 (사)충북도 무형문화재 보존협회 이사장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말씀하신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예전처럼 축제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을 마주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좀 더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작품 전시와 시연 행사를 즐기며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우리의 전통문화예술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좀 더 가까이에서 전하기 위해 초등학교 연계 찾아가는 체험·시연행사 등을 추진하고 싶다"며 "충북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전통문화예술이 전승되도록 사명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증평군 유일 충북도 무형문화재 유필무 필장

구전으로 내려오는 세상에 없는 전통 붓 재현에 힘쓸 것

 

증평군 유일 충북도 무형문화재 유필무 필장
충북도 무형문화재 유필무 필장

"증평에서 이렇게 충북도 무형문화재 행사가 열려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합니다."

증평군 유일의 충북도 무형문화재인 유필무(60) 필장(匠)은 김득신문학관에서 열리고 있는 합동 공개행사가 그 어느 행사보다 뜻깊고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충주시 앙성면에서 태어난 그는 만 16세에 공방 입문한 후 45년간 전통 붓 제작에 매달려 왔다. 국내 최고의 전통 붓 제작 장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는 띠풀, 볏집, 억새, 질경이 등 생활 주변의 재료를 사용한 전통 붓을 제시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증평 도안면에 자리잡은 그는 2018년 제29호 충북도 무형문화재 필장으로 지정됐다.

"붓은 제 삶의 우선순위에서 늘 가장 윗자리, 가장 중심에 있었죠. 이젠 붓과 제가 서로 기대며 살고 있어요. 무형문화재 지정을 목표로 살았던 적은 없지만 인정서를 받고 나서는 그 감사함에 대한 빚을 갚아가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최근 들어서는 더 의미가 배어있는 붓 한 점 한 점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순도높은 완성도는 나의 자존감이기도 하고, 완전 무결에 근접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갈필(칡붓)은 3개월, 동물 털 붓은 1년 이상, 하나의 붓을 완성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년에 한 번씩 개인전 개최를 목표로 했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잠시 접어둔 상태다.

"다시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가 꾸준히 시도했던 갈필(칡), 볏짚, 갈대, 억새, 마필(삼베)을 소재로 한 전통 붓을 세상에 보여주는 일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세상에 없는 붓들을 꺼내서 재현하는 일,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소명입니다."

그는 증평에 안착한 후 충북도 무형문화재라는 결실도 얻었고, 증평군의 따뜻한 지원과 배려에 그 어느때 보다 마음 편하게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힘겹고 도망가고 싶을 때마다 내 손을 잡아준 사람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며 "그런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 붓을 보존하고 알리는 일에 더욱 올곧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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