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산가족'을 아시나요… 대면접촉 피하는 '나공족'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일 청주시 서원구 용화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 김용수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중부매일DB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딸래미와 이산가족 된 지 오래입니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19가 더 기승을 부린다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충북 청주에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을 둔 A(54·여)씨는 요즘 부쩍 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수년 전 수험생이었던 맏이 때는 자식 컨디션 조절을 위해 집 안에서도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았는데, 올해는 아예 수개월째 실물을 못보고 있다.

수능과의 전쟁이 아닌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이미 진력을 다했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고3 딸인 B(18)양은 3개월 가량 집에 들어가지 않은 채 수능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B양은 코로나 부담으로 학교 근처에 3개월 단기의 원룸을 계약했다.

주말에만 학원까지 데려다주는 아버지만 잠깐 얼굴을 볼 뿐이다. 어머니는 매일 도시락만 문 앞에 놓고 돌아선다. 이들 가족은 영상통화로만 만나는 '코로나 이산가족'이다.

수험생 C(18)군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올해 초순부터 장복하던 홍삼을 수개월 전에 끊었다. 가뜩이나 기초체온이 높은 터에 자칫 수능 당일에 고열로 시험장 입장이 불허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비타민 등 영양 보충제도 복용하지 않는다. 수능 시험일에는 최대한 옷도 가볍게 입을 생각이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난데없는 고열로 애초 배정받은 시험장이 아닌 장소에서 시험을 치르다가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C군은 "수능이 이제 열흘 뿐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험보다 코로나가 더 신경 쓰인다"며 "친구들도 수능 앞두고 코로나라도 걸리면 이제까지 공들인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부모님과도 떨어져 공부를 하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재수생 D(19)씨도 "수능 막바지에 전 과목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지만 이보다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 관리에 더욱 신경쓰는 등 컨디션 조절에 애쓰는 수험생들이 더 많다"고 귀띔했다.

수험생과 함께 지내는 가족들은 코로나 방역에 필사적이다.

고3 아들을 둔 E(52)씨는 두 달 전부터 가급적이면 회식 등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있다. 부인 성화에 점심도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대신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추세에서는 아예 사람과 접촉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집에 들어가도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일쑤다.

주부 F(50·여)씨는 사실상 고3 수험생 딸과 집에서 단 둘이 지내고 있다. 영업직에 있는 남편은 업무 특성상 대인 접촉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시댁에서 출·퇴근하라고 권했다. 주말만이라도 남편이 집에 와있겠다고 하지만 조금만 더 참으라고 설득했다.

집에서도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F씨는 "딸래미가 십수년을 공부한 노력을 코로나로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며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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