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장진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2014년에 개봉한 '카트'라는 영화가 있다. 대형 마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룬 한국 영화이다. 마트 직원들의 애환을 그려낸 이 영화는 당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대형 마트를 가보면 예전에 그 많던 계산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계산원 자리에 무인계산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트 계산원뿐만 아니라 불과 10여 년 사이에 고속도로 요금 징수원, 주유소 주유원, 아파트 경비원, 보험모집인 등 많은 분야에서 인원 감축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원이 감축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 기술의 발달로 사람 대신 기계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등을 양성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게 언택트(비대면) 산업 분야에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자리들은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성세대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있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장진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장진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특히, 코로나19로 인하여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배달 서비스 종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한, 농촌에서도 고령화와 외국인 노동자 유입 중단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꼭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많이 있다.

이러한 일자리들이 기피 대상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지원해야 한다. 무상 복지보다 더 좋은 복지정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누구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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