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정희 증평소방서장

초록, 노랑, 빨강 고운 빛깔의 옷을 번갈아 차려입던 나무들이, 무서리 된서리에 색바랜 잎들을 우수수 벗고 겨울채비를 끝냈다.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나무는 여름내 숨겨주던 까치집을 떠안고 차디찬 칼바람을 무수히 견뎌낼 것이다.

겨울이 성큼 우리앞에 다가오면 소방서에서는 화재출동을 알리는 방송이 좀더 빈번해진다. 그만큼 소방관들의 경계심과 긴장감도 높아진다.

최근 5년간 충북도내 화재 발생 통계를 살펴보면 연평균 총 1천463건의 화재가 발생하고 인명피해는 111명, 재산피해는 24,044백만원이 발생했다.

그 중 겨울철(11월~2월)화재발생이 507건으로 34.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명피해는 49명으로 44.1%를 차지한다.

이에 소방관서에서는 매년 화재피해 최소화를 위한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한다.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정하여 각종 불조심에 대한 홍보 및 행사를 추진하고, 겨울내내 화재취약시설에 대한 중점 안전관리, 화재안전정보조사, 소방용수시설 점검 및 관리, 신속한 대응을 위한 관서장 중심의 대응체계 확립, 겨울용품 안전에 대한 홍보, 화재예방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선 소방관서의 화재안전을 위한 노력과 더불어 국민들의 자율적인 화재예방 및 대비 활동이 필요하여, 올 겨울 화재예방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사항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지난해 보관했던 전기매트, 전기난로 등을 사용할때는 먼지를 털어내고, 접거나 눌리어 전선피복이 끊어지거나 벗겨진 제품은 수리하거나 교체하여야 한다. 특히, 김치냉장고 등은 뒷면 하단의 냉각시스템 주변의 먼지를 제거하여 스파크로 인한 화재위험을 차단하고 노후제품은 제조사의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전동킥보드와 같은 배터리 내장제품을 충전할 때는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현관이나 비상구 등의 대피로를 피하여 안전한 장소에서 충전하여야 하며, 공동주택의 통로, 계단실에는 화재대피로 확보를 위해 적재물품이 없도록 관리하고, 각 세대마다 화재시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는 베란다 경량칸막이 위치를 알아두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인이 출입하는 다중이용업소는 생명문인 비상구를 상시 개방토록 관리하여야 하며, 종업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으로 유사시 인명대피와 초기대응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건축물의 소방시설 관리에 있어 관계인 자율점검 대상물의 소방시설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 다행히 해가 갈수록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대상물들이 많아 지고 있지만, 아직도 소방시설 관리를 아껴야할 비용이라 생각하는 건물주들이 많다. 화재현장에서 한사람의 소방관은 많은 생명을 구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작동하는 소방시설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법규 강제규정 대상물이 아니라도 건물의 소방시설은 전문업체에 의뢰하여 유지관리하는 것이, 내 건물의 화재안전을 확보하는 일일 것이다.

김정희 증평소방서장
김정희 증평소방서장

이제 또 겨울이다. 건조한 날씨와 세찬 바람, 화기를 가까이 하는 계절은 화재가 발생하기에 좋은 시기이다. 온몸을 보호해 줄 털이 없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발톱이 없는 나약한 사람들을 위해, 늘 가까이에서 빛을 밝히고 온기를 주는 고마운 불. 하지만 방심하거나 방치하면 온갖 고약한 독성가스를 내뿜고 이글거리는 불꽃을 너울거리며, 무수한 사람들의 생명을 쓰러뜨리고 검은 탄화물과 잿가루의 종적만 남긴 채 형상 없이 사라진다. 공포와 눈물의 회한을 던져주는 화재가 호시탐탐 노리는 것. 그것은 부주의한 방심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며 화재 안전점검을 꼼꼼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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