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태은 충북도 산지관리팀장

산림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지 벌써 33년이 지났지만 올 장마 같은 경험은 처음이다. 올여름 장마는 54일이라는 전례 없이 길게 이어지면서 지역의 시설과 재산은 물론이고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산림피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노년을 자연과 함께 보내려고 산 아래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꿈꾸던 이들의 생각이 이번 장마로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다.

산사태 발생 위험 기준이 되는 연속 강우량은 200㎜, 시우량은 30㎜ 이상인데 올 8월 1~9일 충북 북부에 내린 연속 강우량은 500㎜에 육박한다. 계속된 폭우로 산림 토양이 간직할 수 있는 수분의 양이 넘쳐 토사가 유실되고, 유목과 토석을 동반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한 산사태 등 도내 산림피해는 457건에 달했고, 주로 최대 시우량이 60㎜가 넘은 충주, 제천, 단양에 집중됐다.

이번 피해는 2017년 청주시에서 시간당 92㎜가 넘는 폭우로 재산과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후 3년 만인데 이는 기후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고 예전만큼 찬 공기를 가두지 못한 제트기류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많은 비가 내리도록 펌프 역할을 한 탓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집중호우뿐 아니라 겨울 강설량 감소로 봄철 가뭄의 원인이 되어 식수난과 농업용수 부족 등으로 산불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산에 있는 나무를 벌채하고 조림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행했던 1차 산업이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임업 1차 산업의 입지가 걱정된다. 폭우로 인한 산림피해의 원인이 나무를 베어 토양을 그물처럼 잡아주는 뿌리가 땅속에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물론 오래된 나무의 하중은 오히려 산사태를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역설도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하천, 도로, 민가 등 천장이 뚫린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전문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벌채보다는 장기간 쏟아진 강우와 단시간에 집중된 물 폭탄이 원인이지 않나 생각한다.

국가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산림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발표가 환자에게 내리는 처방전과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보다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능력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김태은 충북도 산지관리팀장
김태은 충북도 산지관리팀장

산림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시간당 30㎜ 이상이면 물 주전자로 쏟아 붓는 정도라는데 우리지역에서 기록한 시간당 76.5㎜는 양동이로 쏟아 붓는 수준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다면 어떠한 처방전이 과연 소용이 있을까 의문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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