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청주시립미술관이 청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다층적인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로컬 프로젝트'를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 개최하는 '로컬 프로젝트 2020'은 지역 미술계에서 30년 이상 꾸준히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중진 작가인 이승희, 손부남, 김정희의 작품을 소개하며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로컬 프로젝트 2020'의 마지막 전시는 김정희 작가의 '물(物); 시간의 흔적'으로 26일부터 개막해 2021년 1월 24일까지 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김정희(62)는 서울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미술교육과 및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모교인 충북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작품 활동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김정희는 '물(物, Thing)'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오면서 그 표현방법이나 소재에 대해서는 다양하게 탐구하고 있다.

특히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같은 사물을 그리더라도 종이를 뜯거나 캔버스에 물감을 두껍게 흘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그의 작업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 전에 서울과 일본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긴 했지만 이번 전시는 청주에서 6년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더욱 의미가 있다.

김정희 작가의 2010~2018년도 작업한 작품들. / 이지효
김정희 작가의 2010~2018년도 작업한 작품들. / 이지효

이번 전시 '물(物); 시간의 흔적'에서는 그간의 'Thing 시리즈'를 비롯해 사물과 환경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몽환적인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왼쪽 벽면에는 김정희 작가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해왔던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서울에서 진행했던 추사 김정희와 김정희 전시에서 선보였던 추사의 난, 세한도 등을 골판지를 뜯어내 표현한 작품부터 스타벅스 커피 캐리어 등을 활용한 뜯기와 그리기 작품 등이 그것이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봤을때는 이질감 없는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지만 가까이 다가와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리기와 뜯어내기 또 두껍게 그리고 또 흘려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김정희 작 물(物)-풍경001
김정희 작 물(物)-풍경001

2020년에 새로 작업한 '물(物, Thing)' 시리즈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칠하고 덧칠한 대형 그릇 안에 청매, 나무, 홍매 작품과 멀리서 바라본 풍경이 각각의 작품이 되기도,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전시실 가운데 설치한 호수안에 물(物, Thing)들은 그것 하나로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물 속에 비치는 다른 작품들을 담아내기도 하고 다른 작품들과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하나의 재미는 2020년 작품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남녀 커플도 있고 혼자인 사람도 있고 말도 있고 마차 등을 숨겨놓았다. 그것을 찾아낸 순간부터는 작품에 빠져드는 매력을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물감을 두껍게 흘려 평면이지만 입체적인 작품에서 사물과 풍경을 그려내고, 설치작품에서는 자연에 인공을 가미해 둘 사이에 오는 미묘한 긴장감 등을 표현해 각각의 존재 가치를 표현하고자 한다"고 전시 의도를 언급했다.

그리고 김 작가가 작품에 등장시키는 그릇은 그릇 자체로서 가치도 있지만 사람들이 이를 사용하고 보관하는 행위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과 사물의 가치가 더해져 흔적과 시간이 쌓여지고 중첩되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그 흔적들이 쌓여가는 이미지를 작품에서 중첩되는 선들, 겹겹이 쌓이는 물감들 또는 뜯은 흔적을 통해 시간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희 작 부분 (1) 자세히 보면 남녀 커플 등 사람이 보인다.
김정희 작 부분 (1) 자세히 보면 남녀 커플 등 사람이 보인다.

또 최근 작업한 풍경 작업은 자연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인공을 더하는 작업을 통해 의미를 덧입히는 작업이다.

자연의 풍경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공적인 것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오는 긴장감을 작품에 표현하고 지연적인것과 자연 안에서 인간이 이룬 인공적인것의 대립, 그 대립을 통해 각각의 존재 가치는 드러나며 이 존재가 인식되는 순간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더욱 조화롭고 가치있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청주시립미술관 로컬 프로젝트는 올해 마지막인 김정희 작가의 전시를 통해, 단순히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공간에서의 예술적 실험과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 작품세계가 확장되는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주시립미술관 본관 2, 3층에서는 기획전 '미디어 심포니'가 2021년 1월 24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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