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경력·노하우 전수로 행정 영역 넓힌다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전문성 시대다. 지방행정도 예외가 아니다.

민원처리에만 열일하는 지자체 행정, 중앙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가는 지방정부 행정은 옛날얘기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임용해 행정에 활용함으로써 공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행정영역도 넓히고 있다. 충북도 역시 전문가를 임용함으로써 행정에 '전문성'을 입히고 있다. 중앙부처·공공기관 출신 협력관과 전문경력직 임기제 공무원을 살펴봤다. / 편집자

 

중앙부처·금감원 출신 협력관 5명 가교역할

왼쪽부터 김준호 재정협력관, 박지은 법제협력관, 박학희 산업정책협력관, 이병희 경제협력관, 구원호 금융협력관.
왼쪽부터 김준호 재정협력관, 박지은 법제협력관, 박학희 산업정책협력관, 이병희 경제협력관, 구원호 금융협력관.

중앙부처·공공기관에서 파견 또는 교류 중인 협력관은 모두 5명. 중앙정부나 공공기관에서 20년 이상 쌓은 경력과 노하우를 지방정부에 전수하며 '송곳' 현장 자문으로 도정을 지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원인 재정협력관(4급)은 2010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교류로 이뤄지는 산업정책협력관(4급)은 2015년부터 있었다. 한국은행 출신의 경제협력관(3급), 금융감독원 파견 금융협력관(2급), 법제처 파견 법제협력관(4급)은 각 2008년, 2010년, 2015년부터 두고 있다. 외교부에서 파견되는 국제관계대사(4급)도 2010년부터 운영해왔다.

법제처의 제안으로 2015년 시작된 법제협력관은 박지은 협력관이 세번째다. 지방자치법규를 손질하고 만드는 역할이다. 박 협력관은 "충북도에서만 조례·규칙·훈령 등 한해 200여개의 자치법규를 개정·제정하는데 제 손을 거쳐 법에 어긋나는 법규를 개선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어려운 법률용어를 수정한다"고 소개했다.

기재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서기관인 김준호 재정협력관은 올해 5월부터 충북도 본청과 서울세종사무소(오송)를 오가며 근무중이다. 정부예산안 심의시즌 등에 국비 확보활동 지원이 주 미션이다.
 

충북도 중앙부처·공공기관 협력관인 (사진 왼쪽부터) 이병희 경제협력관, 박지은 법제협력관, 박학희 산업정책협력관, 구원호 금융협력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준호 재정협력관은 도청과 서울세종사무소(오송)를 오가며 근무해 참석하지 못했다. / 김미정
충북도 중앙부처·공공기관 협력관인 (사진 왼쪽부터) 이병희 경제협력관, 박지은 법제협력관, 박학희 산업정책협력관, 구원호 금융협력관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준호 재정협력관은 도청과 서울세종사무소(오송)를 오가며 근무해 참석하지 못했다. / 김미정

산자부 29년차 박학희 산업정책협력관은 주인도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9월 임용됐다. 충북도의 네번째 산업정책협력관이다. 박 협력관은 "충북도가 추진하고 싶어하는 산업부 관련 국책사업, R&D, 무역, 에너지, 바이오와 관련해 원활하게 되도록 연결자 역할"이라고 소개한뒤 "협력관을 활용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시행착오를 줄이며 행정의 시각을 국가 전체나 세계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희 경제협력관은 충북 진천이 고향으로 한국은행 충북본부, 조사국, 경제교육기획팀장을 거쳐 2019년 2월 도에 파견됐다. 전국대비 4% 충북 경제 실현을 위한 경제정책을 자문하고 한국은행 연구보고서 등 각종 고급자료를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이 협력관은 "코로나 재난지원금 1차 도입때 자문을 했었고 몇주뒤 자문했던대로 정책이 집행됐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실장(2급)인 구원호 금융협력관은 올해 2월 파견돼 금융법률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구 협력관은 "코로나 관련 금융지원정책을 발굴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금감원, 금융위에서 코로나로 어려운 이들에게 대출 6개월 만기연장사업을 펴는데 이를 알리고 컨설팅기관 연결도 하고 있다"고 업무를 설명했다.

외교부 인사교류로 이뤄지는 국제관계자문대사에는 현재 김형태 국제대사가 활동중이다. 2013년 중소벤처기업부와 코트라 파견 협력관도 있었지만 중단된 상태다.
 

 

반도체·철도·수소 등 각계 전문가 50명 서포트

첫 번째 줄 왼쪽부터 박현순 여성정책관, 임양기 감사관, 조상희 변호사, 최상훈 노무사, 김지선 영어통역사, 한다 겐지 첫 외국인 공무원,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안태항 반도체경력전문관, 조상훈 수소산업전문관, 김용국 전시컨벤션 전문관, 장인수 도시계획전문관, 안태현 철도·교통 전문관, 김윤환 도시공학전문관.
첫 번째 줄 왼쪽부터 박현순 여성정책관, 임양기 감사관, 조상희 변호사, 최상훈 노무사, 김지선 영어통역사, 한다 겐지 첫 외국인 공무원,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안태항 반도체경력전문관, 조상훈 수소산업전문관, 김용국 전시컨벤션운영 전문가, 장인수 도시계획전문가, 안태현 철도·교통전문관, 김윤환 교통공학전문가.

충북도청 내 전문경력을 갖춘 임기제 공무원은 모두 50명. 이들은 민간영역에서 수년간 쌓은 전문성과 노하우를 도정에 나누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새 반도체, 수소, 통상, 철도, 교통 등의 분야 전문가를 잇따라 채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도정의 방향이 시스템반도체, 수소, 2차전지, 바이오 등 6대 신성장산업과 경제에 향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안태항 반도체경력전문관 1호는 SK하이닉스반도체에서 20년간 근무했고 반도체전공으로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충북도에 반도체산업팀이 신설되면서 지난해 10월29일 임용됐다. 안 전문관은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대로 뒤쳐져있어서 충북도가 이를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충북 시스템반도체산업 육성·지원을 비롯해 신규사업 발굴·기획·수행·평가·자문,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기술혁신플랫폼 구축'의 정부 예비타당성 지원사업 기획·추진 등이 저의 미션으로, 경력과 지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너지과 소속 조상훈 수소산업전문관, 바이오산단지원과 김용국 전시컨벤션운영 전문가도 1호다. 조상훈 전문관은 사기업에서 10년 남짓 근무했고, 김용국 전문가는 울산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실무경험을 청주 오송전시컨벤션센터(2023년 12월 완공 목표)에 활용하고 있다.

교통정책과 소속 안태현 철도·교통 전문관 1호는 이시종 지사가 역점 추진하는 강호축(강원~충청~호남을 연결하는 새 국가발전 축) 개발과 충북선 철도 고속화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난해 채용됐다. 장인수 도시계획전문가(균형발전과), 김윤환 교통공학박사(교통정책과)도 해당분야 1호 경력전문관으로서 10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다.

충북도 중앙부처·공공기관 협력관들이 도청 신관 1층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 김미정
충북도 중앙부처·공공기관 협력관들이 도청 신관 1층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 김미정

지난해 6월에는 도정 사상 최초로 외국인공무원을 임용했다. 국제통상과 소속 일본인 한다 겐지 주무관은 글로벌 경제 속에서 수출과 투자유치의 수요 상대국인 일본에 대한 선제대응을 위해 채용됐다. 그는 충북도와 자매결연도시인 일본 야마나시현청에서 30년간 몸담은 행정직 공무원으로 명예퇴직후 충북도청에서 일본과의 교류업무, 통·번역 검수 등을 맡고 있다. 한다 주무관은 "20년 전부터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해왔고 94~95년 충북도 파견근무 인연이 있다"며 "충북도와 일본 지자체, 나아가 한국과 일본의 상생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피력했다.

국제통상과 김지선 주무관은 영어통역전문가로 국제행사나 해외출장때 동시통역을 맡고 있고 조상희 변호사, 충북도 1호 노무사인 최상훈 노무사도 전문성을 불어넣고 있다.

이외에 산업디자인실 박영빈 주무관은 합격하기 어려운 자격증으로 손꼽히는 컬러리스트 산업기사, 건축기사 등의 자격증에다 산·학·연 경력을 갖춘 산업디자인전문가로 2011년 임용됐다. 인포그래픽, 각종 디자인 제작·편집을 도맡고 있는 공보관실 전영국 주무관도 7개의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로 2014년 채용됐다.

대표적 전문경력직은 개방형 직위인 감사관과 여성정책관이다. 진천출신의 임양기 감사관은 2019년부터 충북도 감사를 총괄하고 있다. 88년 공직에 입문해 행안부 기술감사팀장을 거쳤다. 도는 현 4급인 감사관을 3급으로 상향해 공모중이다.

박현순 여성정책관은 청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충북여성정책포럼 부대표 등 26년간 여성 및 사회복지단체활동을 인정받아 2018년 1월 임용됐다. 현재 후임 공모중이다.

충북도 인사팀 관계자는 "지방정부 행정이 단순히 민원해결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영역으로 넓어지면서 정책발굴, 추진, 운영에 있어 전문가 영입이 필요하다"며 "지방자치가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전문경력공무원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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