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되고 있는 14일 청주시 서원구의 한 현수막업체 건물 벽면에 조선시대 저잣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패러디 걸개그림이 걸려 있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김용수
/중부매일 DB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이미 예고됐던 코로나19 대유행이 본격화됐다. 비수도권의 방역수준이 1.5단계로 상향됐고 일부 지역은 이 보다 강화된 조치가 발령됐다. 이른바 3차 대유행으로 불리는 겨울철 확산이 우리나라 전역을 덮친 꼴이다. 이번 대유행이 앞서의 그것들보다 심각한 까닭은 지역과 경계를 뛰어넘어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터지고 있어서다. 다양한 경로와 접촉을 통해 전파의 불똥이 옮겨 붙으면 해당 지역의 집단감염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확산이 예측불허로 진행되고 있다.

계절적인 영향으로 밀집·밀접·밀폐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지금의 대유행은 불가피한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방역수준을 미리 격상하는 등의 예방조치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게 현실이다. 수도권 집단감염이 시작됐을 무렵부터 시·도간 이동을 차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단풍철과 김장철 등 대규모 인구이동이 불보듯했는데도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다. 실제 최근의 비수도권 확산은 그 시작점이 대부분 수도권이다. 여기에 수도권 방역조치 강화의 풍선효과가 충청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같은 외부적인 요인도 컸지만 전국적인 대유행의 밑바탕에는 국민들의 무뎌진 방역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두차례의 대유행을 거치면서 긴장과 완화의 파고가 거듭 반복됨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됐지만 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방역은 들쭉날쭉 수칙 적용으로 반쪽에 그쳤다. 심지어 영업시간 등의 규제를 피해 천안이나 대전으로 원정 유흥을 즐기는 수도권 젊은이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엄격한 외부 방역과는 달리 가족·지인 등 개인적 상황에는 느슨하게 대처한 이들이 적지않다.

결국 지금의 대유행 사태는 우리 스스로 자초한 부분이 크다. 경제적 한파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고강도 규제만 계속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나아가 일상으로의 복귀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그런 까닭에 이번 대유행이 코로나19 극복에 이르기까지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더 이상의 상황악화는 우리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모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갈 수도 있다. 더구나 이제 이틀뒤면 대입수학능력시험이다. 40만명의 수험생이 피할 수 없는 선택에 나선다.

충청권만 봤을 때도 수능 방역여건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충청 4개 시·도 모두에서 학교관련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체 확진자는 하루 수십명이 기본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수능이 아무 탈 없이 끝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 안일함과 사회적 오판에 따른 부담을 애꿎은 학생과 수험생들에게 지우는 셈이다. 당장은 수능이지만 올 한해의 마무리와 신년이 곧바로 이어진다. 대유행의 혼란과 불안속에서 시간을 보낼 처지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자초한 위기를 벗어나려면 스스로 자세로 바꿔 풀어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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