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지난 10월 24일 상하이의 '2020 와이탄 금융 서밋'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기조연설자로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리스크 없는 혁신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평범함에 감춰진 비범함을 소유한 마윈 전 회장의 개혁적 철학을 읽을 수 있어서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마윈 전 회장의 일생은 평범하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요약된다. 어릴 적부터 공부에 취미가 없던 마윈은 삼수 끝에 항저우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합격하고 영어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능숙한 영어 실력을 갖춘 마윈은 인터넷에 눈을 뜨면서 1999년 1월 B2B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단돈 50만 위안(약 7000만 원)으로 시작한 알리바바는 상거래, 디지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 컴퓨팅 및 결제와 금융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알리바바그룹으로 성장한다. 핵심인 상거래 사업은 B2C 서비스인 티몰(Tmall), C2C 서비스인 타오바오(Taobao)를 주력으로 연 매출 100조 원에 이른다.

마윈은 2003년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를 만들어 미국 '이베이'와 경쟁할 때, '이베이가 대양의 상어일지 몰라도 나는 장강의 악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5 부산 APEC CEO 서밋'에서 당시 마윈 알리바바닷컴 사장은 '3년 안에 이베이를 이기고, 야후를 인수하고, 구글 사업을 중단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세로 받아들였다.

오늘날 아시아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을 '현금 없는 사회'로 탈바꿈시킨 일등 공신이다. 디지털 사회를 주무르면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하는 혁신의 아이콘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윈을 재물신으로 섬기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윈이 이룩한 '중국 굴기'를 토대로, 송나라 때 수도였으며 당시 세계 경제 중심 도시였던 마윈의 고향 항저우는 스마트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알리바바가 입지하면서 그 주변은 첨단 IT기지, 거대한 스타트업의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일종의 '마윈 효과'에 의해 창업 열풍이 불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급부상했다.

도시 자체가 거대한 알리바바 생태계로 변했다. 이곳에서는 '위챗페이'가 아닌 '알리페이'로 결제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2020 중국 가장 행복한 도시' 선정 결과 항저우는 '신시대 디지털 관리 모범 도시'로 지정됐다.

지금도 마윈 전 회장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문제는 혁신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다. 이 세상에 위험 없는 개혁은 없고 반드시 시행착오가 따르기 때문에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하더라도 보완해서 혁신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혁신은 주로 시장?대중?청년에게서 나오는 관계로 변화가 빠르고,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어제의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한다. 미래를 향한 특히 중국 변화를 열망하는 마윈의 간절함이 읽힌다.

세계 각국의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 전 충북에서는 '2회 충북 창업페스티벌'을 열고 '충북창업포럼'을 발족했다. 지역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충북과 대전?세종?충남 등 충청권 4개 광역지자체가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4개 시?도는 수도권 집중 및 일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 550만 명을 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가시티'로 육성?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무에서 유를 창조한 마윈 전 회장은 미래는 규제 능력 경쟁이 아닌 혁신 경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책임과 깊은 고민을 전제로 미래와 청년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의 새로운 구상에 앞서 새겨봐야 할 파괴적 혁신가의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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