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해"
수업 부족으로 학력 저하… 학원도 닫아 막막
막바지 대유행 현실화 감염 공포… 홀로 공부
학부모 "가족 뿔뿔히 흩어져… 막연한 불안감"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청주고등학교 수능시험장 입구에서 페이스실드와 간이 방역복을 입은 교사들이 수험생들의 거리두기를 안내하고 있다. /김용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청주고등학교 수능시험장 입구에서 페이스실드와 간이 방역복을 입은 교사들이 수험생들의 거리두기를 안내하고 있다. /김용수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올해 대입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비운의 수험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국내에 상륙한 코로나19는 수능과 대입 일정을 통째로 바꿨다. 4차례의 개학 연기, 순차적 온라인 개학까지 초유의 사태가 이어진 한 해였다. 신천지로 인한 대구지역 사례까지 포함하면 개학 연기는 총 5차례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된 지난 2월 교육부는 전국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교일을 1주일 늦췄다. 이후에도 3월에만 2차례 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온라인 개학 돌입을 발표하면서 수능 시험일도 당초 11월 19일에서 12월 3일로 2주 연기했다.

4월 9일에는 고3과 중3에 한해 국내 공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원격수업을 시작했다. 그 달에는 대입 일정 변경안도 확정했다.

5월에 각급 학교의 순차적인 등교 개학을 발표했으나 서울 이태원발(發) 재확산으로 1주일 간 재조정에 들어간 이후 그 달 20일 고3이 등교 개학을 했다. 신학기 이후 80일 만에 등교수업을 재개한 것이다. 이후에도 코로나 상황에 따라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다가 6월 8일 각급 학교의 등교 개학을 완료했다.

수능 모의평가도 코로나 여파로 며칠씩 연기를 한 뒤 6월과 9월에 2차례 진행했다. 수시 전형도 미뤄졌다. 대입 수시전형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과 수시모집 원서접수도 보름 정도 밀렸다. 정시 학생부 마감일과 정시모집 원서접수도 연기됐다.

수험생들은 잇단 등교 연기와 원격수업 전환으로 인해 학력 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적인 수업 일수가 줄면서 자기 주도학습 역량에 따라 극심한 학력차가 발생하는 구조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접하는 원격수업으로 수험생들은 불안감이 컸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학원마저 문을 닫으면서 사교육에 기댔던 수험생들은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더욱이 수능을 한 달 가량 앞둔 상태에서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가족 등 내·외부와 단절된 채 참고서와 홀로 씨름하는 수험생들이 급증했다. '코로나 블루'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았다.

수능을 치른 한 수험생은 "공부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코로나 감염이 무서워 홀로 책만 들여다보니 악몽을 꿀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이제 겨우 수능을 마쳤을 뿐으로 아직도 소화할 대입 일정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은 전시상황이었다. 잦은 대입 일정 변경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자녀에게만 맡겨둘 수도 없는 노릇으로, 제한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느라 밤을 새기 일쑤였다고 하소연한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실현되면서 가족도 뿔뿔히 흩어졌다. 자칫 감염이라도 되면 올해 수능은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가족 간 건리두기를 실천했다.

재수생을 둔 한 어머니는 "딸이 원래 무척 민감한데다 수능 막바지에 코로나 재확산 공포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며 "이른바 '코로나 수능'을 겨우 참았지만 올 한 해는 수험생이나 학부모나 더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 일 듯 싶다"고 손사레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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