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조영의 수필가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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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조카 결혼식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예정이었던 결혼 날짜를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번이나 미룬 날이다. 당고모인 나도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예민해지는데 혼주는 어떨까 싶어 통화하면 시간이 길어진다. 지금 코로나19 확산 추세는 예전과 다르다. 전국에서 장소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이대로라면 3차 대유행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하니 불안하고 두렵다.

대중적인 공포의 첫 기억은 메르스다. 병원 내 감염이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염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치사율은 높았다. 발생 속도도 빨라 모두 긴장하고 두려워할 때 친정엄마가 돌아가셨다. 메르스는 아니었지만 부고를 알리는데 조심스러웠다. 의논 끝에 정중히 조문 받지 않겠다며 부고를 알렸다.

장례식장은 종합병원과 함께 있어 입출입도 까다로웠다.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내하며 오는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조문객이 없는 빈소는 썰렁하고 낯설고 어색하여 주변의 이목이 신경 쓰였다. 다른 곳은 조화가 두 줄로 놓였고 사람들도 붐볐다.

조화 몇 개만 상갓집을 알리는 우리는 조문객이 없어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이야기 나누며 보냈다. 어찌 보면 고인을 애도하는 시간이 쓸쓸하고 초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검게 염색하여 젊어 보이는 엄마 영정 앞에 백발인 자식과 허리 굽은 조카와 다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친지들이 哭소리가 아닌 앓는 소리를 내며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이들도 처음에는 낯선 분위기에 놀라면서 조문만 하고 가려던 생각을 바꾼 경우다. 또는 일반 조문객이 없어 허전하다며 앉았고, 한가한 상주와 얘기를 하다가 더 하고 싶어 가지 못하기도 했다. 공간 안에 모두 아는 사람들이고 일가이어서 편안했던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화제는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기억이다. 음식솜씨가 좋은 손맛을 떠올릴 때는 맛에 대한 기억으로 눈빛이 밝아지고, 성격이 나오면 서로 소리 높여 다양한 경험의 일화를 말하면 때로는 공감하며 끄덕이고 어떤 경우는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곧 헤어져야 할 망인을 곁에 두고 분위기는 생일 같았다.

조영의 수필가
조영의 수필가

그날 사촌 동생도 함께 있었다. 가족끼리여서 의미 있었던 기억이, 결혼식을 앞두고 생각나는가 보다. "요즘 왜 자꾸 큰엄마 생각이 나지?"사촌 동생의 애타는 목소리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조문은 가족이라 함께할 수 있었지만, 결혼식은 가족도 조심스럽기에 염려하는 마음이 한숨으로 커진다. 자식 결혼을 앞두고 한숨 늘어나는 부모가 어디 사촌 동생뿐일까. 길고도 먼 코로나19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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