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병갑 정치부장

'일단 멈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모임과 외출, 이동과 만남 등을 자제해 달라는 뜻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단 멈춤'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지역사회 내 감염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규모와 폭이 아주 커지는 급박한 상황에서 일단 가만히 있자는 것이다. 충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제천 김장모임·청주 당구장발 연쇄감염으로 타 자치단체에 비해 성공적이던 방역체계가 일순간에 무너졌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30명 대에 이르는 등 도내 일부 지역은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다.

'셧다운'을 막기 위해 충북지역 지방의회들도 잠시나마 의정활동을 중단 또는 연기키로 했다. 12월은 지방의회로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기다. 행정사무감사에 이어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고 내년도 예산안도 처리해야 한다. 어느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코로나19확산 방지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일단 멈춤'에 동참키로 했다.

충북도의회는 일주일간 휴회키로 했으며 다른 도내 시·군 의회도 휴회 또는 일정을 변경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영상회의 등을 통해 모이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도정이나 시정, 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회기를 강행할 경우 결국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의회가 '셧다운'되면 의회 자체뿐만 아니라 미치는 영향이 워낙 광범위해 그 파장을 엄청날 것이 자명하다. 제천 김장모임도, 청주 당구장발 코로나19 확산도 '일단 멈춤'이라는 작은 실천에 동참했으면 어떨까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가 모든 일상을 뒤덮은 올해 충북에서는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철거 문제, 자치연수원 북부권 이전, 특례시 문제 등이 도정을 시끄럽게 했다. 이러한 문제들의 공통점은 '강행', 즉 일방통행식 추진이라는 점이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기존 입장만 고집한다면 당연히 큰 반발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결국 잠정싸움으로 치닫게 된다. 이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한다. 결국 찬·반만 있을 뿐 서로 입장을 이해하거나 주장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찬성과 반대 모두에는 그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누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합리적 근거와 이성적 판단으로 좀 더 현명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병갑 정치부장
장병갑 정치부장

서로의 의견이 극렬하게 맞설 때 바로 그때 '일단 멈춤'을 선언해 보자. 내 주장을 되새겨보고 상대방의 의견을 되짚어 보자는 것이다.

치닫는 감정싸움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 멈추어 서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가고 있는 방향의 궤도를 점검하고 방향을 확인하고 정비한 다음 다시 마주 앉아도 될 것이다. 조금 지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멀리, 정확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갈 수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