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코로나19가 언론의 톱기사로 연일 장식한 지 1년이 됐다. 그 기세는 갈수록 강화되며 가히 '블록버스터(Blockbuster)'급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영국 공군이 사용한 4,5톤짜리 폭탄으로, 한 구역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위력을 지녔다고 해서 '블록버스터(구역파괴자)'다.

최근 미국의 백신개발 소식에 세계는 희미하게나마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기세를 잠재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걸쩍지근한 면이 없지 않다. 그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대의 백신임을 믿어야 할 상황이다. 가급적 대면 접촉을 줄이고, 밥도 집에서 먹는 등 외부활동 자제가 일상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극도의 비대면 접촉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은 무엇일까? 집안에서 누구나 가능하고 돈이 들지 않는 일 말이다. 독서가 으뜸 아닐까? 이왕 독서를 한다면 효과적 독서법을 알고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먼저 '우작(牛嚼)'과 '경탄(鯨呑)'이다. '우작'은 소가 여물을 먹고 되새김질하는 모습에 빗댄 독서법이다. 소는 덩치는 크지만 움직임이 둔해 사자나 호랑이 등 천적으로부터 자신 보호에 불리한 초식동물이며 반추(反芻)동물이다.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는 빨리 풀이 뜯어 삼킨 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 천천히 다시 꺼내 씹으며 소화를 시켜야 한다. 소가 빨리 풀을 뜯고 되새김질하듯 독서도 많이 읽고 천천히 되새겨 이해하라는 얘기다. '경탄'은 고래가 고기를 잡아먹는 모습에 빗댄 독서법이다. 고래는 입을 크게 벌려 물과 함께 온갖 고기를 입으로 빨아들인 뒤 이빨 사이로 물을 빼고 남아있는 고기를 삼킨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독서법으로 이 정도면 가히 독서광이라 할 수 있다.

'동사강목'을 쓴 조선시대 안정복은 '초서롱(抄書籠)'과 '저서롱(著書籠)'이란 두 개의 바구니를 가지고 있었다. '초서롱'에는 곳곳에서 습득한 지식, 정보, 자료 등을 그대로 옮겨 적거나 지식 등이 적힌 종이를 찢어온 쪽지들이 들어있다. '저서롱'에는 '초서롱'에 담긴 쪽지들을 자주 꺼내 나름 살을 붙여 만든 새로운 지식이나 지혜의 쪽지들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읽은 내용을 내 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서는 눈으로 읽는 수고만이 아닌 손의 수고(메모)도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눈의 수고만이 아닌 손의 수고를 철저하게 강조한 독서법이 있다. '묘계질서(妙契疾書)'다.'묘계'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이고 '질서'는 '잽싸게 적는다.'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 학자 장재가 '정몽(正蒙)'을 집필할 때 사용한 방법이다. 집 안 곳곳에 붓과 벼루를 놓아두고, 책을 읽다가 주석을 달 착상이 떠오르거나 독서를 하지 않더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메모했다는 것에서 생겼다.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수불석권-手不釋卷)은 물론 손에서 필기도구를 놓지 않는 것(메모) 역시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묘계질서'를 평생 철저하게 실천한 학자가 있다. 조선 성호 이익이다. '질서'자 돌림의 그의 저서인 '시경질서', '맹자질서', '가례질서', '주역질서' 등을 보면 그가 독서에 공들인 눈과 손의 노고를 엿볼 수 있다.

메모지와 필기구가 변변치 않은 이 당시도 메모의 중요성이 이럴 진데, 메모지와 도구가 풍부한 요즘이야 '묘계질서'를 말해 무엇 하랴? 메모지, '포스트 잇(Post-it)'과 필기구가 풍부하고, 이것도 귀찮으면 촬영해 장기보전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손에 늘 붙어있지 않는가?

하지만 독서에는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발묘조장(拔苗助長)'이다. 송나라 어떤 멍청하고 시기심 많은 농부 얘기다. 모내기한 후 벼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해 논에 가보니 옆 논의 벼에 비해 덜 자란 것 같았다. 궁리 끝에 벼의 순을 뽑아 올려 약간 더 자란 것처럼 했다. 이튿날 그 벼는 모조리 누렇게 말라 죽어버렸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충청본부장

사람들은 책을 보면서 툭하면 얼마나 남았는가를 확인하려 든다. 읽은 양은 무시하고 남은 양만 따진다. "이걸 언제 다 읽지"라며 독서를 포기하곤 한다. 두꺼운 책은 더욱 기피의 대상이다. 거실 책장(冊欌)은 정말 장식용이다. 눈과 마주친 책이 별로 없다. 책에 담겨 있는 것을 모두 알려 하지 마라. 필요하거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만 얻어도, 아니 제목만 읽어도 큰 수확이다. 사람들은 책을 읽은 뒤 곧바로 잊어버린다고 불평하곤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책을 소화하려는 노력 부족이거나 모두 다 기억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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