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역사의 법정에서 대역 죄인으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윤석열 총장을 향해 쏟아진 말 중 하나다. 초한쟁패의 주연급 조연으로 항우와 유방을 떨게 한 그러나 토사구팽(兎死狗烹)을 상징하는 명장 '한신(韓信)'도 대역 죄인의 영광(?)을 얻었다.

한신의 역모는 매우 재미있다. 한고조 유방이 거록군 역모를 토벌하러 낙양을 벗어나자, 한신에게 죄를 지은 자가 여후(유방의 처)에게 한신의 모반을 알리고, 여후는 일사천리로 한신을 죽인다. 과연 역모일까? 조선 성리학의 거두 우암 송시열은 '未信淮陰背韓高(미신회음배한고, 한신이 한나라 고조를 배반하였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즉 한신은 역모를 꾸민 적이 없다고 한다.

역모의 단초는 '한신에게 죄를 지은 자'에서 시작한다. 한신의 반론은 허용되지 않았다. 역모보다는 음모의 냄새를 읽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최근에 있다. 라임·옵티모스 사건의 피의자들의 말을 듣고 검찰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더니, 바로 징계 절차를 밟고 직무정지를 한다. 어떠한 반론도 듣지 않았다. 이 사건도 역모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

사마천은 회음후 열전에서 한신이 역모를 하였다고 하나 한신의 죽음이 억울했을 것이라는 강력한 심증을 여후 본기에 남겨 둔다. 여후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자식도, 친족도, 신하도 희생을 시키며, 척 부인에 대한 복수에 있어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잔인함을 보여 준다. 이런 여후에게 정치적 위험인물로 찍힌 한신의 죽음은 권력의 관점에서 당연한 수순이었으리라.

윤 총장은 지난 국정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임기를 지키라는 적절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반대로 해석하면 임명권자(대통령)가 사퇴의 뜻을 전달하면 사퇴를 하겠다는 전제인데, 추 장관은 대통령께서 그럴 분이 아니시라면서 윤 총장의 거짓말로 몰아세웠다. 전쟁을 이기려면 적장에 대한 이해와 예우가 필요한데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민주당은 검찰에 대해 '공무원이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시키는 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주니 검찰은 반발하는 것이고, 알고 보니 정치가 검찰보다 한참 위인데 그 잔인함이 정도를 넘어서니 민심은 법무부의 검찰 장악이 더 무서운 것이다.

백성은 본래 잔인함을 싫어한다. 전쟁의 신 항우도 자신의 부장에 불과한 평민 유방에게 패한 이유는 조나라 장병 20만을 산 채로 매장하고, 의제를 주살한 잔인함에 민심이 돌아선 결과이다. 침묵하던 문 대통령은 민심이 돌아설까 하여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말씀하셨다. 결국 추 장관에 반대하는 자는 사(私)를 앞세운 소인배가 되었다. 천하 3분을 주장한 괴통에게 한신은 '내가 유방에게 입은 은혜가 있는데 어찌 그리하겠는가'라며 거절한다. 한신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의 총장 징계에 이은 문 대통령의 말은 윤 총장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임명권자에 대한 마음의 빚을 날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제 선택지는 법률적 판단에 맡기는 결과 외에 보이지 않는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는 말은 이런 때 써야 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굳이 대통령께서 선공후사를 말씀하시니 지금 절차를 무시하고, 상대를 향한 잔인함은 공(公)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공(公)이 사(私)와 다른 첫 번째는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지금 누가 윤 총장의 징계 절차에 공감을 하는가? 공(公)으로 포장된 어떠한 것도 민심이 떠나면 사(私)이다. 검찰은 임명직이니 선출직(정치인)의 뜻에 따르라는 말은 오만함이다. 선출직도 결국 민(民)의 뜻에 따라야 한다. 공(公)은 백성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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