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제천에서 '김장모임 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선별진료소에 야간까지 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28일 밤 제천보건소 선별진료소.  /연합뉴스
코로나19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K방역으로 불리며 한때 우리를 으쓱하게 만들던 방역시스템이 겨울철 대유행에 꼼짝없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을 초토화시켰던 1,2차 대유행과 달리 전국에 걸쳐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하루 발생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 섰다. 불과 몇주사이에 이처럼 상황이 뒤바뀐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느슨해진 국민들의 방역의식을 꼽을 수 있지만 정부의 헛발질 또한 큰 몫을 차지한다.

얼어붙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이뤄졌던 각종 조치들이 매번 위기상황으로 이어지는 등 진작부터 조짐이 있었다. 여기에는 코로나 대응을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한 정치권의 계산이 적지않게 작용했다. 보다 철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때마다 결단은 늘 뒤쳐졌고 성과를 거둔 예방적, 선제적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국민 방역의식에 기대 확산 차단에만 몰두하다가 다른 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지금 대유행의 가장 큰 문제는 발생숫자도 그렇지만 의료체계가 감당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앞서 겨울철 대유행을 거듭 경고하면서도 이에 대한 국가적 대비는 뒷전이었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지적이 잇따랐지만 병상과 백신확보는 제자리에 머물렀을 뿐이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접종을 고민하는 지금 우리는 이제서야 물량확보에 목을 매고 있다. 병상 증설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뒤에야 협의를 시작했다.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는 병상마련도 쉽지않지만 인력과 장비를 갖추는 일은 더 지난하다. 더구나 이같은 상황은 대구·경북 집중발생때 이미 경험한 부분이다.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신규 확진의 70%를 넘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충청권을 봐도 준비부족이 여실하다. 집단발생이 벌써 휩쓴 충남과 대전은 물론 충북도 중증환자 병상 부족이 현실화됐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전에서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언제까지 가능할지 마음을 졸인다. 정부의 인력파견 계획도 한계에 달해 지금의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의료공백이 불가피해진다. 여기에 거리두기의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늘어지는 규제로 업주와 이용자 모두 불만을 터뜨린다. 결국 국민의 더 큰 희생만이 위기극복의 유일한 방책이다.

계절적 요인이 밀집·밀접·밀폐를 부른다면 확산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책은 거리두기 강화를 통한 국민들의 협조와 희생뿐인 셈이다. 게다가 1년 가까운 긴 시간 위기와 진정이 거듭되면서 쌓인 피로로 인해 국민들의 경각심마저 무뎌졌다. 그러는 동안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상당수 서비스업은 비대면의 수렁에 빠져 회생불능 상태다. 지금껏 감춰졌던 K방역의 민낯이 이제 드러난 것이다. 그런만큼 지금의 이 혼란을 하루빨리 잠재워야만 진정한 K방역의 이름값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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